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한 것과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달나라에 보냈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원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아니라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나라'가 됐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대통령의 4주년 연설에서 정책 방향 수정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물론 없으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자화자찬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원 지사는 이어 "백신 후진국이란 현실은 외면하고 아직도 방역모범국가 타령만 하고 있다"며 "차질 없이 접종이 진행되고 있으니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벌거벗은 대통령은 허공에다 옷자락을 추켜드는 시늉을 하는 신하들이 대통령이 보고싶어하는 수치만 보여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면서 "백신 공급이 늦어져 우리 자영업자의 영업이 정상화되지 못하는데 대한 미안함이 없다. 대통령의 직무유기로 구상권 청구 대상"이라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덧붙여 원 지사는 "언제부터인가 부끄러워 정권 입에서 사라진 단어, 소득주도성장이 다시 등장했다"며 "소주성의 긍정적 성과가 있었는데 코로나가 흐름을 역류시켰다는 정신승리의 평가를 하고 있다. 정말 국민이 열받아 마신 소주로 성을 쌓아 소주성이 되었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더불어 원 지사는 "인사 검증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며 너무나 장황하게 변호하고는 자신들의 과거 발언은 잊은 채 청문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내로남불의 탑을 한 층 더 쌓았다"면서 "자화자찬의 와중에 어울리지 않게 김여정의 심기를 살피느라 대북전단을 처벌하겠다는 다짐 문구를 넣었다"고도 적었다.
원 지사는 이어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4주년 연설이고 뭐고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댓글이 넘친다"며 "대통령이 말씀하신 그 죽비를 한 대 더 맞고 정신을 더 차려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고 썼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집권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연설에서 "모든 경제지표가 견고한 회복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미 지난 1분기에 코로나 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제 위기 속에서 꿋꿋이 견디며 이뤄낸 성과"라고도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야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청와대 인사 기능 마비에 대한 지적에 대해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검증, 그다음에 국회의 인사청문회 검증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