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백스가 미국·유럽에서의 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 신청을 3분기에 하겠다고 밝혔다. 신청 시기가 이달에서 3분기로 미뤄진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승인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는 3분기 물량의 25%를 차지하는 백신 공급이 지연되면 9월 말까지 ‘국민 전원에 대한 1차 접종’이라는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노바백스는 1분기 수익 보고서에서 3분기에 미국과 유럽·영국 규제 당국에 백신 사용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바백스는 이달 중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백신 원재료 및 생산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신청을 미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바백스의 신청 지연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의 코로나19 대응이 힘겨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백신 승인 절차를 밀착 지원하는 등 조기 도입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노바백스가 백신 신청 시기를 늦췄다고 해서 국내 도입 시기도 함께 늘어질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 역시 “현재 노바백스 허가와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절차를 다른 주요국과 병행해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입장이나 바람과는 달리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승인 절차가 예정보다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허가 시작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승인 절차도 3분기나 돼야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바백스 측에서 자료 제출 등 허가 절차를 국내와 미국 및 영국·유럽연합(EU) 등에서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국내 식약처에서만 독립적으로 백신 승인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바백스의 일정이 늦춰지면 3분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도 꼬일 가능성이 높다.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은 3분기에 최대 2,000만 회분이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3분기 전체 도입될 물량인 8,000만 회분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노바백스 백신 도입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 정부의 접종 계획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노바백스가 3분기 중 가장 이른 날인 7월 1일 허가 신청을 한다고 해도 통상 신속심사제도가 40일이 걸리기 때문에 8월 중순이 돼서야 국내 승인을 획득할 수 있다. 결국 최상의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3분기 중후반이 돼서야 비로소 국내 접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바백스 백신을 3분기가 아닌 4분기부터 활용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며 “9월에 전 국민 1차 접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계획보다 앞당겨서 국내에 최대한 많이 들여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기뿐만 아니라 3분기 국내 도입 물량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노바백스가 3분기 생산 물량 계획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노바백스는 당초 3분기 안에 매달 1억 5,000만 회분씩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3분기까지는 매달 1억 회분을 생산하고 4분기에는 월 생산량을 1억 5,000만 회분으로 늘리겠다고 생산계획을 변경했다. 당초 계획대로 7월부터 1억 5,000만 회분을 생산했을 경우에 비해 총 생산량이 1억 5,000만 회분 줄어드는 것이다.
한편 영국이 최근 ‘희귀 혈전증’ 발생을 우려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연령 제한을 기존 ‘30세 미만’에서 ‘40세 미만’으로 상향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기존 30세 미만 접종 제한 규정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