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취업자 수가 6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30·40대 고용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육아·가사·학업 등의 이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30대에서만 높은 증가율을 보여 경제 허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21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만 2,000명 증가했다. 지난 2014년 8월 취업자 수가 67만 명 늘어난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달부터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국내 생산·소비 확대, 수출 호조 등 경기회복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지난해 4월 고용 충격에 따른 기저 효과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2만 4,000명), 건설업(14만 1,000명), 운수 및 창고업(10만 7,000명)에서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증가한 반면 도매 및 소매업(-18만 2,000명) 등에서는 취업자 수가 줄었다. 여전히 일자리 증가의 절반 가까이가 재정이 투입된 공공 일자리다. 하지만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공공행정·보건복지 등 재정 일자리 관련 업종 외 취업자가 35만 명 증가했다”며 민간 일자리 증가가 고용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자평했다.
홍 직무대행의 자평과 지난달 연령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3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에서 가장 큰 폭(46만 9,000명)으로 늘었고 20대에서 13만 2,000명, 50대에서 11만 3,000명 증가했지만 30대에서는 9만 8,000명, 40대에서는 1만 2,000명이 줄었다. 특히 30대에서는 실업자 수(+1,000명)와 ‘쉬었음’ 인구(+2만 6,000명)가 동시에 증가했다. 30대 고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소매업의 고용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제조업 고용이 20대를 중심으로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일시 휴직자들의 대거 복직도 취업자 수 증가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통계상 취업자 수로 분류되는 일시 휴직자는 지난해 3월(+126만 명), 4월(+113만 명) 큰 폭으로 늘어난 뒤 올 3월(-118만 명), 4월(-108만 2,000명)에는 급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요즘은 신규 채용에도 3~4년씩 경력 있는 사람들이 지원하니 아무 경력 없는 20~30대가 경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30대 인구 감소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지만 20대 인구는 30대보다도 더 적은 상황에서 인구 얘기만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출 등 거시경제 회복은 빨라지고 있지만 고용 회복은 지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 같은 경직적인 고용 시장에서는 해고가 어렵지만 신규 진입도 어렵다”며 “일용직 등 비정규직 고용이 먼저 회복되더라도 정규직 고용은 완전한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