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의원 174명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5월 내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발표 내용은 ‘맹탕’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권익위가 부동산 투기 정황을 적발해도 관련 의원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명단을 민주당에 넘기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조사를 의뢰한 지 두 달이 넘도록 대응 원칙을 정하지 못해 부동산 전수조사가 공염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익위 당국자는 12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수조사 결과는 5월 말까지 나올 것”이라며 “투기 사례가 나오면 익명으로 발표하고 관련 의원 명단은 민주당에 전달하거나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공개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권익위는 그동안 조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퇴임이 예정된 이건리 부위원장에게 조사단장을 맡기고 조사 착수 후 일주일간 의원들에게 금융거래 내역도 요청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조사를 의뢰한 민주당 역시 의원들의 투기 사례 적발에 대한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부동산 전수조사 후 명단 공개 여부와 처벌 규정 등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취임 전 한 인터뷰에서 당내 투기 사례 적발 시 “향후 공천, 당직 선출 과정에서 철저한 불이익을 주고 어느 집단보다 엄격한 윤리 규정을 만들어 실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송 대표 취임 이후 관련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국회와 권익위는 3년 전에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김영란법 위반 정황이 드러난 의원 23명에 대해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은 바 있다. 권익위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공공 기관의 부당한 지원을 받고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의원 23명의 사례를 익명으로 발표한 뒤 비공개 명단을 국회의장실에 전달했다. 이후 시민 단체가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올 3월 23명의 의원을 특정할 수 없다며 고발장을 각하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3일까지 “개인정보보호법 제18~19조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본지의 관련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