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수백조원대 ‘역대급’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리라는 기대감이 우선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 시간)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미국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총 4,840억달러, 약 544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최근 2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현상을 ‘바이백 보난자(자사주 매입 노다지)’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주가 전망을 밝게 본다는 의미다. 또 자사주 매입은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변동성이 커진 주식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빅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두면서 기업들의 현금 사정도 양호해졌다.
실제 글로벌 IT 골리앗인 애플과 알파벳은 지난달 각각 900억달러, 5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경제 확대라는 특수를 누린 IT 대기업들도 자사주 매입 ‘경쟁’에 가세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자사주 매입이 IT뿐 아니라 전 산업으로 확장될 기세”라며 “올 한해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대비 35%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사주 매입 행렬은 유럽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 내년 유럽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올해 대비 25%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자사주 매입은 기업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을 하는 대신 ‘재투자’를 선택했다는 의미도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인 롤랑 칼로얀은 “주식 시장에 악재가 닥치면 (기업들이) 언제라도 자사주 매입 행렬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