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디어본


2018년 8월 미국 미시간주의 디어본(Dearborn) 시내에서 스포츠카 머스탱이 줄지어 행진하는 성대한 카퍼레이드가 벌어졌다. 이날 행사는 포드사 주력 모델인 머스탱의 1,000만 대 생산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1964년 3월 디어본에서 처음 생산된 머스탱은 출시 첫해에만 40만 대 이상 팔리는 등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포츠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디어본은 ‘자동차의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의 출생지이자 포드사의 본사 및 공장이 자리 잡은 도시다. 디어본이라는 지명은 미국 독립 혁명의 영웅 ‘헨리 디어본’에서 유래했다. 헨리 포드는 1903년 자본금 10만 달러와 직원 12명으로 이곳에 공장을 세웠다. 1908년 디어본 공장에서 선보인 세계 최초의 양산 차 ‘모델 T’는 자동차 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디어본을 일약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도록 만들었다. 1917년부터 디어본의 루지강 인근에는 철강·타이어·유리 공장 등이 잇따라 들어서 복합 산업 기지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디어본 공장은 1933년 대량 생산 시스템인 컨베이어식 조립 라인이 세계 최초로 도입된 곳이다. 이를 통해 3분에 한 대씩 자동차가 생산됐고 노동시간은 과거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인들은 오늘날에도 자동차 대중화와 중산층 확대에 기여했다며 헨리 포드를 국민적 영웅으로 여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디어본의 포드사 전기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자신의 친환경차 정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바이든이 굳이 디어본을 선택한 것은 국내 제조업의 부활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포드사는 지난해 첫 번째 전기차 ‘머스탱 마하E’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부터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2025년까지 290억 달러를 투입해 전기차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치열한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옛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파괴적 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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