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스쿨존 참변' 8.5t 화물차 운전자 징역 5년…"정지선 침범이 사고 원인"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건너다…피해자 일가족 사상사고
재판부 "정지선에 정차했다면 아이母 상반신은 보였을 것"

지난 3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망사고 재판과 관련해 현장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연합뉴스

광주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일가족 사상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12부(노재호 부장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자 A(55)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 운전에 유의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의 트럭은 운전석이 높아 횡단보도 정지선을 침범하지 않고 정차해야 할 필요성이 훨씬 큼에도 이를 위반했고 보행자 통행을 주의 깊게 살피지도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제한속도를 위반하지는 않은 점, 반대편 차들이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를 지키지 않아 피해자들이 횡단보도 가운데서 곧바로 건너지 못한 점도 사고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점, A씨가 25년여간 교통 법규를 위반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8시 45분께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단지 앞 스쿨존에서 8.5t 화물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세 남매와 아이 어머니를 치는 사고를 내 기소됐다. 이 사고로 유모차에 탄 만 2살 여아가 숨지고 나머지 3명은 다쳤다. 아이 엄마는 전치 13주, 만 3살 여아는 전치 6주, 0세 남아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아이 엄마는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다른 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다. 피해자들은 반대 차로 차들이 멈추지 않고 연이어 주행하자 길을 한 번에 건너지 못했고 화물차와 가까운 횡단보도 지점에 서 있었다. A씨는 이들을 보지 못하고 출발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스쿨존에서 아기를 숨지게 한 것에는 일명 '민식이법'인 특가법상 치사를, 아이 어머니를 다치게 한 것에는 교통사고 특례법이 적용됐다. 재판부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A씨가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일부를 침범해 차를 정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차가 큰 만큼 꼬리를 물고 가기보다는 앞 차량들의 소통을 살펴 교차로 통과가 어려워 보였다면 정지선 앞에서 멈췄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검증에서도 A씨가 차를 세웠던 위치의 운전석에서는 피해자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 정지선에 정차했더라면 아이 어머니의 상반신은 볼 수 있었을 것으로 확인됐다. 정차 중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양쪽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A씨는 앞서 재판에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또 "반대편 차로의 어린이 통학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리고 있는 모습을 주시하느라 오른쪽에서 오던 피해자를 미처 못 봤다"고 말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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