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무진 "'싱어게인' 후 느낀 혼란, 천천히 건강하게 해결하려고요"

이무진 / 사진=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싱어게인’ 63호 가수라는 타이틀로 등장했던 이무진은 최종 3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지만 사실 아쉬움이 가득했다. 출연을 결심하면서 세운 계획의 인트로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는 그가 경연에서 이루지 못한 가장 큰 목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곡을 선보이는 것. 무명가수였던 그는 이제 경연을 넘어 ‘이무진’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는 유명가수가 되어, 방송에서는 모두 보여주지 못한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친다.


이무진은 지난 2월 종영한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레전드 가수들과 만나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유명가수전’에 출연하면서 아이유, 양희은, 이승철 등의 곡을 재해석해 호평을 받고 있다. ‘유명가수전’을 통해 공개한 자작곡 ‘과제곡’까지 화제 되면서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싱어게인’ 이후 처음으로 음원을 발표한다. 14일 오후 6시 발매되는 신곡 ‘신호등’은 이무진의 개성이 한껏 담긴 자작곡. 이제 막 성인이 된 청춘의 심정을 담은 곡으로,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간관계·법·융통성·돈 등 복잡한 사회적 개념과 법칙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는 20대의 고민을 담았다. 자신과 같은 사회 초년생을 도로 위 초보운전자로 비유해 신호등의 노란 불을 바라보는 혼란스러움을 이야기했다. 이 곡은 ‘유명가수전’에서 유희열, 이해리 앞에서 일부를 공개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제 정식으로 대중에게 음원을 발표하게 된 이무진은 한껏 기쁨에 부풀었다.


“너무나 설레고 가슴이 벅차올라요. 꾹꾹 눌러 참고 있었던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할 생각에 진심으로 행복해요. ‘신호등’이 음원사이트에 나오면 어떤 기분일지 자주 상상하면서 발매하는 날을 기다렸어요. ‘신호등’은 가족만큼 소중할 정도로 제가 애정 하는 곡이에요. 그래서 그만큼 저의 시간과 열정, 체력 등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이무진 '신호등' 콘셉트 포토 / 사진=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신호등’은 자연스레 이무진이 ‘싱어게인’에서 자신을 ‘노란 신호등 같은 가수’라고 표현한 것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그는 “노란 신호등은 빨간색과 초록색 사이에서 자기 자리가 없는데도 3초 동안 빛나고 들어간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곡 ‘신호등’에서 말하는 노란색은 전혀 다른 의미라고.


“대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신입생 공연을 준비하게 됐는데, 각자 무지개 7색 중 한 색을 골라서 그 색깔에 어울리는 곡을 만드는 주제로 공연을 꾸미기로 했어요. 저는 평소 좋아하던 노란색을 골라서 열심히 곡을 만든 것이 ‘신호등’이에요. 성인 중에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저의 현재 상황을 잘 나타내주는 노래에요. 모든 파트가 다 마음에 들어요.”(웃음)


서울예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자 무명가수였던 이무진은 '싱어게인’ 출연 이후 일상이 180도 달라졌다. 그는 평소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최근에는 음악 사이트에 있는 TOP100 위주로 듣는 등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혼자 방에서 연필과 오선지만을 이용해 곡을 만들었던 것과 다르게, 개인 작업실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곡을 만드는 날이 더 잦아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렇게 이전과 달라진 점들을 느낄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쁜 감정이에요. 아무래도 ‘혼란’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감정인 것 같네요. 천천히 건강하게 이 혼란을 해결하고 또 적응해 나가려 합니다.”


“유명세는 이제 좀 실감해요. 스케줄을 소화하며 만나게 되는 여러 가수들 중에 제가 판타지 속 인물로 생각하고 있던 분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 뮤지션들을 볼 때마다 실감 나는 거 같아요. 갑자기 유명해져서 좋은 점은 ‘최대한 많은 대중 분들께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는 저의 꿈을 실현하기 좋은 위치에 왔다는 점인 것 같아요. 대신 제가 온갖 관심을 견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것은 안 좋은 점이네요.”



이무진 / 사진=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동경해왔던 가수들과 한자리에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항상 인상적이다. 특히 ‘유명가수전’을 통해 만난 아이유는 중견 가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무대에서 내공이 있는 가수라고 생각했다. 함께 노래하면서 또 하나를 배웠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에 감탄했다. 앞으로도 존경하는 가수들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당연히 저는 서태지 선배님이에요. 오로지 듣는 사람이 아닌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바라본 그의 업적은 현재 가진 명성보다 더욱 대단하더군요. 그분이 생각하는 음악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어요.”


이무진이 바라보고 있는 이상향은 ‘편한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편한 장르가 아닌 편한 음악을 하고 싶다. 고음을 지르거나 스킬이 펼쳐지는 정신없는 곡이더라도 듣는 이가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가요계 심신안정제’, ‘가요계 어머니 품’ 같은 수식어가 붙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센스가 없어서 정확한 수식어는 나중에 대중들에게 맡기고 싶네요. 어떤 장르, 어떤 템포, 어떤 리듬, 어떤 음계를 사용해 곡을 만들게 되더라도 항상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편한 음악을 하고자 합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그에 맞는 수식어가 붙게 되지 않을까요?”



이무진 / 사진=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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