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더라도 소상공인 정책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내년 예산은 ‘소상공인 재기 지원 콘셉트’로 짜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이 빠르게 회복하고 비대면·디지털 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춰 재도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해 우리나라가 벤처를 통해 경제의 숨통이 트이도록 혁신 벤처 성장의 지평을 여는 역할을 중소벤처기업부가 하겠습니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권칠승(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중소기업 옴부즈만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중기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월 5일 임기를 시작한 권 장관은 취임식도 하지 않고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식당 자영업자들을 만나 어려운 사정에 귀를 기울이는 등 소상공인을 각별히 챙겼다. 그는 “현재 지급 중인 버팀목자금플러스를 차질 없이 집행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도 면밀하게 준비하고 대출 부담을 최소화하는 융자 프로그램을 마련해 ‘소상공인 금융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스마트 상점, 구독경제 등을 생업 현장에 구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까지 실시된 재난지원금 중 세 차례가 소상공인 지원금으로 집행됐지만 코로나19에 가장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게 손실을 소급 적용해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피해 규모에 비해 세 차례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가 소급 적용의 문제점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중기부의 입장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방역 조치에 따라 발생한 소상공인 등의 손실보상과 관련해 손실보상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소급 적용의 경우 타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 특정 업종으로의 보상금 쏠림 등 업종 간 갈등, 소급 기준 등 다양한 논란 및 현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말에 상임위원회에서 입법 청문회를 하는데 그때 이견이 좁혀질 것이다. 그때까지 유보 상태이고, 굳이 정부의 의견을 재확인할 필요는 없다”며 “손실보상금은 방식이나 소급 적용 등 법리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인 지원을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 문제 등을 비롯한 소상공인 정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가 내홍 등에 휘말려 1년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소공연에 대한 관리 감독 기능이 있는 중기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소상공인을 위한 단체가 소상공인을 위한 활동에 소홀하고 내부 갈등만 키우고 있는데 과연 정부가 소공연을 지원하는 게 적절한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소공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공연에 지원하는 보조금 등 예산 조정도 가능하고 법률에서 소공연에 대한 시정 명령 및 임원 해임 또는 연합회 해산 명령 등의 조치들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소공연이 내부 갈등을 이어가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예산 지원 삭감 등 강력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기부는 소공연에 2017년 15억 원, 2018년 25억 원, 2019년과 2010년 29억 5,000만 원, 2021년 23억 6,000만 원의 보조금을 집행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벤처·스타트업이 우리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벤처 투자액은 4조 3,000억 원, 벤처 펀드 신규 결성 금액은 6조 6,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비상장사인 유니콘 기업도 점점 증가해 13개로 세계 6위다. 그러나 시장 일부에서는 2000년대 ‘닷컴 버블’을 떠올리며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혁신적인 기술과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가지고 외국 자본시장에서 성공한 벤처가 탄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거품론’은 기우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0년대 초 벤처 붐은 닷컴 시대로 실체가 없는 기업들이 부풀려지면서 도메인만 갖고도 몇 억 원씩 투자를 받기도 하는 등 거품이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의 벤처는 기술을 갖고 있고 실적도 있다. 유니콘이 13개로 세계 6위고, 1,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예비 유니콘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비 유니콘은 지난해에만 85곳 늘어난 320곳에 달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 기업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벤처·스타트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경제주체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권 장관은 현 정부의 벤처 정책을 꼽기도 했다. 그는 “2017년 정권이 교체되고 그해 가을 추경에서 모태펀드 8,000억 원을 편성했다”며 “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펀드에 들어가서 벤처 투자를 하면서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고, 회수 자금도 점점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이어 “시간 지나면 회수 자금만으로도 우리나라 벤처 투자 시장을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질 것”이라며 “벤처기업의 성장과 투자는 앞으로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3월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는 우리 벤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또 이후 마켓컬리를 서비스하는 컬리도 미국 상장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벤처·스타트업 사이에서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상장이 우선순위가 되는 등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권 장관은 쿠팡의 미국 상장에 대해 “미국 사람이 일본 등의 자금을 받아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한국에서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실험한 것이 성공했고, 성공한 모델을 미국 자본시장에서 선보이고 자본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으로 ‘쿨’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의 미국 상장 자체에 대해서는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 시장의 성공 방정식을 외국에 보여준 것이고, 한국 벤처 생태계를 알린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쿠팡의 미국 상장과 컬리의 미국 상장 추진으로 인해 복수 의결권 등 벤처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방식이 없고, 기업마다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유연한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창업을 하고 나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복수 의결권 제정, 인수합병(M&A)펀드, 세컨더리펀드(벤처캐피털의 유동성 개선을 위해 창업 투자 회사 등이 보유한 투자자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 스톡옵션제도 개선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복수 의결권에 대해 너무 제한이 많아서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회사가 커진 후에 재벌들이 부당 상속이나 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지금 법제로는 재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국회에서 복수 의결권 등의 필요성에 대해 “상어를 키우겠다고 결정하면 상어를 키울 수 있는 수족관을 만드는 게 급선무지 상어를 키워서 무엇하느냐는 문제는 별도이고, 키우기로 했다면 큰 수족관을 준비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열어놓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기가 부담을 느끼는 법으로 꼽힌다. 중기의 경우 영업을 비롯해 대출 등 모든 경영 관련 결정이 대표에게 집중돼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경영 공백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간 유예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어렵고 세부 시행령을 통해 중기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중기부의 입장이다. 권 장관은 “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없고 국회에서 통과된 법대로 시행할 수밖에 없다”며 “시행령으로도 할 수 있는 여유가 많다. 전통시장의 경우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시장 전체 중에서 상당 부분의 크기를 소유하고 있는 상인회·법인·개인의 경우는 책임 소재 등 법에서 규정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내부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창문형 에어컨 출시 선언 등 그동안 중기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사업에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중기 고유 업종이 케케묵은 관습이나 제도라는 지적도 있지만 중기 입장에서는 대기업과의 경쟁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권 장관은 중기 적합 업종 지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기 적합 업종 지정 기간은 3년이고 3년을 더 연장할 수 있는데, 이 정도는 필요하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구분이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본다. 사이즈가 일정 부분 올라간 회사는 나름 지켜야 할 룰이 엄격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중기까지 시장 논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대기업에도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그동안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상생 방안을 찾고 있지만 논의가 길어지는 탓에 업계를 비롯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진전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소상공인 단체 및 완성차 업계 등과 수차례 논의해왔고 중재를 통한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단체의 신임 회장 취임 등을 계기로 상생 방안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조속히 결론을 내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리=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이호재 기자
◇He is··· △1965년 경북 영천 △1984년 경북고 △1988년 고려대 경제학과, 삼성그룹 공채 28기 △1997년 김대중 대통령후보 대선기획단 △2004~2008년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2010년 민주당 중앙당 상근부대변인 △2010~2014년 제8대 경기도의회 의원 △2016~2020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20대 국회의원(경기 화성병) △2016~2018년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2017~2018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 △2018~2019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 △2020년~ 21대 국회의원(경기 화성병), 독립기념관 비상임이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2020~202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2021년 2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