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 샤갈도, 인스타스타도 완판…아트부산, 350억원 판매 신기록

350억원 최대 실적…아트페어 새 역사
박서보 등 투자 보증수표 거장 그림부터
국내서 보기 드문 해외갤러리 전시작들
MZ세대 취향저격 작가들까지 완판대열

1만명 이상이 몰린 지난 13일 아트부산 VIP오픈 전경. /사진제공=아트부산

아트바젤 홍콩을 방불케 했고, 휴양도시의 강점을 살린 마이애미 아트페어를 넘볼 정도였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출품작들이 그랬고, 들떠 있으면서도 예리하게 감각적으로 작품을 고르는 관객의 분위기가 그랬다. 지난 13일 VIP오픈을 시작으로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막을 올려 16일까지 열린 ‘아트부산’이다. 참여 화랑들은 판매된 그림을 떼고 다른 작품을 새로 거느라 부산했을 정도로 호황이었던 이번 아트부산은 13일 사전오픈에서만 약 15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고 16일 폐막일까지 총 350억 원 판매로 국내 아트페어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관람객 수를 제한·관리하는 상황에서도 방문객은 8만 명을 넘겨 역시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참여화랑 대표 상당수가 “들고 온 작품 대부분을 팔고 돌아간다”면서 “이미 다 팔고 없는데 문의가 이어져 난처했고, 구매 대기자 리스트를 채웠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13~1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아트부산 전경. /사진제공=아트부산

원로작가 이건용의 소품들로 벽을 채운 갤러리현대 부스를 관람객들이 응시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거장명성!보증수표?


갤러리현대는 원로작가 이건용의 드로잉과 에스키스(초벌그림) 등 소품 19점을 선보여 정식 개막하던 날 ‘완판’을 거뒀다. 한국 1세대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꼽히며 몸의 한계와 표현력을 탐색한 ‘신체 드로잉’의 거장 이건용은 내년 여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를 앞두고 있다. 2억원 이상의 대작구매가 부담스러울 수요자들을 위해 준비한 작품들이 호응을 얻은 결과다. ‘단색화’로 불리며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이우환·박서보·김창열 등의 작품은 여러 화랑에서 다채롭게 출품해 VIP오픈 때 무섭게 팔려 나갔다. 국제갤러리는 2억8,000만원 대 하종현의 작품 2점 모두를 판매했고,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작품’(7억원)의 거래도 성사시켰다.


아라리오갤러리는 ‘단색화’ 작가로 분류되는 최병소의 작품과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작품소장까지 이어진 김순기의 일명 ‘바보사진’인 ‘숲’ 연작으로 관심을 끌었다. 추상조각 1세대 엄태정의 1960년대 구작도 내놓았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는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공부하는 컬렉터’가 늘어났다”면서 “갤러리의 권유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술사적 가치, 미술관 전시이력까지 고려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의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 부스 전경. 개막 첫날 전시작 모두를 판매해 이번 아트부산의 스타로 등극했다. /조상인기자

독일 베를린의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 부스 전경. 개막 첫날 전시작 모두를 판매해 이번 아트부산의 스타로 등극했다. /조상인기자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출품한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18억원대의 작품 '서 있는 사람' /조상인기자

◇해외선호!안전투자?


아트부산의 110개 참여화랑 중 해외갤러리가 18곳이다. 이들 대부분은 작가 발굴과 기획력으로 유명하나 국내 분점을 두지 않은 곳들이라 아트페어가 열리기 전부터 작품 구입 문의가 많았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인 데다 코로나19로 해외 아트페어에 나가 구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수요가 더욱 달아올랐다. 독일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는 도나 후앙카의 대형 회화와 레베카 에크로이드의 조각 등 전시작 16점 모두를 VIP오픈 당일에 팔았고 공식 개막인 14일 아침에는 작품 교체로 분주했다. 영국 런던의 타데우스 로팍은 중견작가 다니엘 리히터의 8억원대 작품에는 첫날 판매완료를 뜻하는 빨간딱지가 붙었고, 거꾸로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금빛 회화 ‘서 있는 사람’(18억원)에는 구매예약자가 있음을 뜻하는 파란딱지가 붙었다. 지난해 이 행사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둔 타데우스 로팍은 VIP오픈 당일 서울 분점 오픈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고무적이었다.



마르크 샤갈의 1982년작 '꽃다발'이 SA+갤러리 부스에서 약 23억원에 판매돼 올해 아트부산의 최고가 거래작으로 기록됐다. /사진제공=아트부산


조지 콘도의 작품은 원앤제이갤러리가 출품한 3점 등 다수의 화랑에서 선보여 관심을 끌었고 판매로 이어졌다. 홍콩에 자리잡은 ‘SA+’는 첫날 11억원대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을, 마지막 날 23억원 이상의 마르크 샤갈 작품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시오타 치하루, 줄리안 오피, 알렉스 카츠를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과 판화도 다수의 갤러리에서 출품돼 대부분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청한 중견갤러리 대표 B씨는 “그림투자를 위해 조사해가며 홍콩으로 아트쇼핑 다니던 컬렉터들이 꼼짝 못하는 상황인지라 부산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대거 방문해 작품 구매로 이어졌다”며 그간 코로나19로 움츠렸던 문화소비의 ‘보복쇼핑’ 경향을 강조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미술투자의 테마인 ‘단색화’ 작품값이 많이 올랐는데 마땅한 대안이 등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해외미술에 대한 정보는 증가했다”라며 “국내 상륙한 해외 갤러리 증가와 학습효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신뢰 높은 해외 갤러리로 발길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기를 끌었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 /조상인기자

타데우스 로팍의 부스 전경. /조상인기자

◇취향저격!아티스타?


신진화랑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의 갤러리스탠은 총 108점의 작품을 들고 아트부산에 참가해 15일까지 ‘완판’을 달성해 “문의는 많지만 더 팔 작품이 없다”는 상황에 이르렀고 16일 마지막 날에는 대기자명단에 구매 희망자 이름을 적는 것으로 업무를 대신했다. ‘스트리트 아트’에 주력하는 이곳은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풍, 팝아트 류의 작품으로 특화해 MZ세대의 취향을 적극 공략한 것이 성공비결이다. 갤러리기체가 내놓은 옥승철의 만화 같은 그림들도 모두 팔렸다. 이들 작가 대부분은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SNS활동에 적극적이어서 ‘팔로어’들이 아트페어를 방문해 작품구매로 지지를 표현하고, 연예인 컬렉터를 보유한 ‘인스타스타’이기도 하다. 갤러리조선이 선보인 구명선 작가의 연필 소묘 10점도 거의 다 판매됐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장마리아 작가의 작품을 2점씩 5번이나 새로 걸었다. 가나아트의 김민경 부장은 “장마리아 뿐만 아니라 하태임,에디강 등이 ‘솔드아웃’(완판) 됐는데 SNS를 통해 애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표갤러리가 눈에 잘 띄는 벽 하나를 통째 내어 준 배우 겸 화가 하정우의 작품 4점도 모두 팔렸다. 정정주, 금민정 등 움직이는 화면의 미디어아트도 판매율이 높았다. 이 같은 변화는 기존 5060세대 위주의 미술품 수집이 3040세대 이하로 낮아지고, 더욱이 MZ세대의 급성장이 두드러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아트부산을 방문한 김 교수는 “M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과 취향을 투영한 예술작품을 소비하며 정체성을 드러내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며 만족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출품작 108점 모두를 '완판' 시킨 갤러리스탠 부스 전경. /조상인기자

출품작 108점 모두를 '완판' 시킨 갤러리스탠 부스 전경. /조상인기자

출품작 108점 모두를 '완판' 시킨 갤러리스탠 부스 전경. /조상인기자

출품작 108점 모두를 '완판' 시킨 갤러리스탠 부스 전경. /조상인기자

출품작 108점 모두를 '완판' 시킨 갤러리스탠 부스 전경. /조상인기자

출품작 108점 모두를 '완판' 시킨 갤러리스탠 부스 전경. /조상인기자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는 “참가한 갤러리 대부분이 높은 판매율로 흡족해 한다”면서 “VIP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만 그간 주눅 들고 불편해하던 일반 관람객들도 즐기고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던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조명 작업, 필립 파레노의 풍선형 멸종어류 설치작품, 에디강의 작품으로 제작한 원형 의자 등 참여형 작품의 재미를 더한 특별전이 인기였다. 월급쟁이 컬렉터의 수집작품을 보여준 ‘임정열 컬렉션전’, 아트부산 기획팀이 인테리어전문업체 유앤어스와 협력해 독일 추상표현주의 작가 귄터 포그의 작품 10여 점을 전시한 것 등은 국내 컬렉터와 갤러리스트들을 위한 좋은 선례를 제시한 것이라 전문가들의 호평을 얻었다. /부산=조상인기자



아트부산 기획팀이 인테리어 업체 유앤어스, 조명회사 에르코 등과 협업한 특별전을 통해 귄터 포그의 작품을 선보여 아트페어 부스의 선례를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조상인기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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