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매각 삼수생' 로젠택배, M&A 난항에 IPO로 선회

공모시장 호황에 연내 상장 노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로젠택배가 상반기 심사 청구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몇 차례 M&A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최근 IPO 호황을 틈타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는 이르면 오는 6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IPO 일정 검토에 나섰고 최근에는 투자자설명회(IR) 전문 대행사도 선정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 IPO 시장 분위기가 좋다는 점이 방향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6월 중 상장 심사를 청구하면 이르면 9~10월에는 상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는 지난 2013년 미래에셋나이스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100%를 약 1,6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5년부터 M&A와 IPO를 동시에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M&A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몇 차례 경영권 매각에 실패하면서 로젠택배가 IPO 추진으로 투자금 회수 방안을 바꿨다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IPO 공모 환경은 우호적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청약 증거금이 약 81조 원에 이를 정도로 어느 때보다 공모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공모에 나서는 기업마다 희망 범위 상단에서 공모가를 정하면서 다소 높은 기업 가치를 제시해도 통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로 IPO의 목적이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라는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재 베어링PEA의 지분율은 100%. 공모 구조가 구주 매출 위주로 짜이면서 공모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공모주 투자자는 “투썸플레이스와 마찬가지로 IPO의 목적이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라는 점이 단점”이라며 “공모 시장 분위기가 (하반기에) 한풀 꺾일 경우 공모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로젠택배가 IPO를 추진하더라도 M&A 카드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IPO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연내 상장도 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IPO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M&A와 IPO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PO를 추진하지만 최종 증시에 입성할지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실적은 좋다.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고 있다. 지난해 로젠택배의 실적은 매출 5,128억 원, 영업이익 293억 원으로 전년의 매출 4,427억 원, 영업이익 236억 원 대비 각각 16%, 24%가량 늘었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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