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2.0] “로봇이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린이도서관이 마련한
김숙 박사의 ‘SF로 철학하기’
서울 경동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생각하는 로봇’의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 가져

김숙 예술철학 박사가 지난 14일 서울 경동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 로봇 기술의 발전 단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4일 서울 경동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핫한’ 주제의 강의가 열렸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관심사로 부상한 로봇을 주제로 특별 강의가 진행된 것이다 . 비록 원격으로 실시된 강의였지만 도서관에 모인 30여명의 학생들은 강연자의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모니터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강의를 맡은 영화철학자 김숙 박사(예술철학)는 ‘생각하는 로봇’에 초점을 두고 강의를 진행했다. 김 박사는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 역사에서 빼놓을 없는 인물로 앨런 튜링(Alan M. Turing, 1912~1954)을 꼽았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해독가인 튜링은 어떤 질문을 했을 때 기계가 내놓는 답이 사람이 답한 것과 구분할 수 없다면 기계도 생각을 한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튜링은 이 논리를 발전시켜 ‘튜링테스트’라는 인공지능 판별법을 제시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미국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은 1980년 ‘중국어 방’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튜링의 이론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어 방’ 실험은 방의 구멍을 통해 중국어로 적힌 질문이 들어오면 그 방에 있는 사람이 중국어로 답을 내보내는 것. 하지만 실상 방안의 사람은 중국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 것 뿐이었다. 존 설은 어떤 상징이나 기호를 이해하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야 하는데 중국어 방처럼 기계는 모양과 구문론적 속성만 파악해 답을 내놓을 뿐이라며 생각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논쟁에 대해 김 박사는 “튜링도 전통적인 ‘생각하기’로 여겨져 왔던 것을 자신의 튜링테스트로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니다”며 “튜링은 생각하는 방법을 정형화해 단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도서관이 마련한 김 박사의 ‘SF로 철학하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 날 김 박사는 SF영화와 로봇의 발전을 연결해 설명하며 “SF영화가 공상에 머무르지 않고 과학기술로 구현되고 있으며 과학기술도 SF장르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SF영화에서 인간을 뛰어 넘은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왔다”며 “인간보다 나은 로봇의 등장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과학기술의 발달은 공동체의 삶과 분리되지 않게 추구돼야 한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고인돌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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