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주거비(shelter prices)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회복에 따른 노동 수요 증가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장기 인플레이션 압력이 될 수 있다는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17일 발표한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을 통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장기화 여부와 관련해 주거비, 임금 등 구조적 요인의 향후 추이에 대한 시장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CPI가 예상치를 큰 폭 상회했으나 중고차·렌트카·숙박·항공·외식 등 일시적 요인이 60%를 차지한 만큼 향후 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CPI 구성 요소의 33%를 차지하는 주거비에 주목하고 있다. 주거비는 자가주거비용(24%), 임차인이 실제 지급하는 세입자 임대료(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미국 183개 대도시 가운데 182개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이 가운데 89%는 1년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프랑스 금융그룹 크레디아그리콜은 “주택 가격이 임대료 등에 미치는 시차 등을 감안할 때 주거비는 내년 중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반면 미국 주택 시장 하방리스크로 가격 하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주택 가격과 주거비 간 관계가 다소 약해진 상황에서 주택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노동 수요 증가로 인한 임금 상승도 장기 인플레이션 압력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장기 휴직으로 일할 의욕이 떨어진 상태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나타나는 취업 회피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도 임금 상승 압력이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시간 당 임금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