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 째인 ‘아트부산’이 한국 아트페어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3일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이 4일간 총 관람객 8만 여명, 매출 총액 35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아트페어 매출 규모 350억원은 지난 2019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세운 310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훌쩍 뛰어넘으며 세운 신기록이다.
군집형 미술장터인 ‘아트페어’는 지난 1979년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이 설립한 ‘아트부산’은 민간 후발주자임에도 적극적인 해외 갤러리 유치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단숨에 키아프와 더불어 한국의 양대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올해는 해외갤러리 18곳을 포함해 총 110의 화랑이 참여했다.
◇그림 사려면 “줄을 서시오!~”
아트부산 사무국은 17일 폐막 보도자료를 통해 “작품 판매가가 10억을 넘어서는 갤러리가 15곳 이상으로 확인됐다”면서 “총 판매액 350억을 기록하며 국내 미술시장 최다 판매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만명 이상의 관객이 방문해 단숨에 150억원 이상의 작품 판매가 이뤄진 VIP 프리뷰 당일에는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Linus von Castelmur) 스위스 대사가 방문해 아트스페이스3에서 조각가 나점수의 작품 등 총 6점을 구입해 한국작가 지원의 모범사례를 보였다.
유럽에서 온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Galerie Thaddaeus Ropac)은 안토니 곰리의 조각, 다니엘 리히터의 회화 등 수억원 대 작품을 프리뷰 당일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 부스에 걸렸던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금빛 작품 ‘줄을 서시로’(약 18억원)는 부산지역 기업가에게 소장됐다. 황규진 타데우스 로팍 아시아 디렉터는 “올 하반기 서울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라며 “작년 아트부산에서의 놀라운 성과가 갤러리의 첫 아시아 지점을 서울에 오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의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는 도나 후앙카의 선명한 색채의 회화 작업들을 비롯해 부스 출품작 모두를 솔드아웃 시켰다. 아트부산에 첫 참가한 홍콩의 에스에이플러스(SA+)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을 200만 달러(약 23억원)에 판매했다. 국제갤러리 측은 유영국, 하종현, 제니 홀저, 우고 론디노네, 강서경, 박진아, 양혜규 등 대부분의 작품이 솔드아웃됐다고 전했다.
북경·홍콩의 메이저 갤러리인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아이 웨이웨이와 자오 자오의 작품 등을 모두 완판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음주 오픈 예정인 아트바젤 홍콩에서 판매할 계획이던 작품들까지도 모두 아트부산에서 판매했다. 서울의 지갤러리는 VIP 프리뷰 당일 조지 몰튼 클락의 신작 7점을 솔드아웃한 이어 마이클 스코긴스의 회화 7점까지 모두 판매했다.
◇아트페어의 새로운 롤모델
아트부산은 코로나 방역의 일환으로 VIP 관람 시간을 따로 두고 일일 일반관람객 입장을 시간당 5,000명으로 제한했다. 참가자인 조은혜 페레스 프로젝트 아시아 디렉터는 “아트부산이 올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세계적인 수준의 아트페어로 발돋움한 것 같다”면서 “관람객들의 미술과 컬렉팅에 대한 관심과 수준도 작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는걸 느꼈다”고 전했다.
아트부산이 기획한 10개의 특별전도 눈길을 끌었다. 관객 참여형 전시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15m 대형 설치작품과 필립 파레노의 풍선형 물고기 설치작품 전시장은 나흘간의 행사 내내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비대면 컨텐츠도 유익했다. 미술품 정보제공 어플리케이션 아티팩츠(Artifacts)와의 협업을 통해 아트부산에 출품된 작품을 스캔하면 해당 작품에 대한 내용들을 즉석에서 제공했다. 13일 VIP를 대상으로 선 공개한 온라인 뷰잉룸(OVR)에서는 작품의 정보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고, 지난 15일부터는 일반에도 오픈돼 오는 22일까지 아트부산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이사는 “아트페어에 출품되는 작품과 전시 수준을 높이려는 아트부산의 노력은 갤러리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이어졌고, 관객참여형 특별전 10개를 유치해 초보 컬렉터들 또한 주눅들지 않고 아트페어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