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들의 아우성 "종부세·재건축 규제 완화해달라"

■ 與부동산특위, 서울 구청장 간담회
'노후주택 多' 강북권은 '재건축 완화'
'고가주택 多' 강남권은 '재산세 인하'
세수 감소 우려에도 "민심 잠재워야"
김진표 "가격 튈 수도…속도조절해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권욱기자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17일 서울 7개 자치구 구청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여파를 끊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여당이 선거가 끝나고 약 한 달 반이 지나서야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부동산특위에서는 재건축 규제 철폐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에 대한 구청장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특히 노후 주택이 많은 양천구와 노원구의 김수영·오승록 구청장이 재건축 규제 철폐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에만 30년 이상 돼 재건축 기준을 얻게 된 단지가 25개가 된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여의도 재건축을 원하는 지역 민심을 전했다.


서울시 내에서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높은 강남·강동·송파구청장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에 따르면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지난 2018년보다 71.2% 늘어난 9만 8,420가구에 달한다.


구청장들은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산세를 인하해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김 구청장은 “재산세를 경감했을 때 지방세 보전 역시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면서도 “서울에 있는 구청장들은 세입이 감소되는 것으로 인한 불편함보다 민심을 더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구청장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24개 자치구를 석권했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이 25개 모든 지역구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 앞섰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지가가 갑자기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상황을 봐가면서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전문가 및 지자체 의견을 종합해 이르면 이번 주에 재산세 개편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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