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달 ‘삼성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가 사내식당 2곳에 대해 실시한 외부 급식 업체 경쟁입찰에서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 업체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재계에서는 지금까지 ‘삼성웰스토리’가 독점하던 사내식당 일감을 최초로 외부에 개방하며 삼성의 ‘상생 경영’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은 지난 2월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 내 사내식당 2곳에 대해 공개 입찰을 공고했으며 20개 업체 중 △메뉴 구성과 서비스 △업체의 인프라와 위생 △임직원 음식 품평회 등을 거쳐 이들 업체를 선정했다. 이들은 고용 승계와 업무 인수 등의 절차 후 다음 달 1일부터 삼성전자 사내식당 운영을 시작한다. 삼성 측은 향후 추가적인 사내식당 일감 개방에 대해 “신규 업체에 대한 임직원 만족도와 운영상 보완점 등을 검토 후에 다른 사내식당에 대해서도 경쟁입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이 같은 기조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17일 재계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삼성 측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기업의 위법 혐의에 대해 자진 시정 및 피해 구제를 전제로 위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조기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올 2월 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은 애플의 동의의결을 수용했으며 애플코리아 측은 이에 발맞춰 1,000억 원 상당의 상생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 측은 동의의결 건과 관련해 “이번 동의의결 신청은 급식 거래가 다양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신속하게 개선해 사업에 전념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동의의결을 통한 자진 시정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급식 시장을 개선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급식 업체에도 즉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이 동의의결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꽤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우선 조치의 필요성과 관련 피해의 직접 보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개시 필요성이 없다거나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이후 공정위가 동의의결 개시를 결정할 경우 삼성 측은 자진 시정 및 피해 구제안을 제출해야 하며 이후 공정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안을 작성해 공정위 심의를 거쳐 사안을 매듭짓게 된다. 애플코리아 또한 동의의결 신청 후 확정까지 19개월이 소요됐다.
앞서 애플의 사례를 참조할 경우 삼성 측이 동의의결을 받아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올 초부터 사내식당 일감 개방에 나선데다 추가적인 일감 개방 방침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삼성의 동의의결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동의의결 확정에 무게가 실린다. 조 위원장은 올 2월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확정 브리핑에서 “동의의결을 허용하면 피해 구제를 위한 적극적 조처까지 채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장기간의 소송전을 거치는 것보다 나은 대안일 수 있다”며 동의의결을 장려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지난달 삼성 등이 참여한 일감개방 선포식에서는 "대기업집단 스스로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과의 고착화된 내부거래 관행을 탈피하도록 유도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 계속돼온 ‘삼성 옥죄기’ 기조가 이어질 경우 동의의결 결정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공정위는 오는 26일을 전후로 이틀간 법원 1심격인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삼성웰스토리 건 심사 방안을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유통 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다.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 간 수의계약 규모는 4,408억 원이며 삼성웰스토리의 계열사 매출 기여도는 2019년 기준 38.3% 수준이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