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정민이가 전부였다" 눈물 흘린 어머니 "새벽 3시30분 연락만 해줬어도…"

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아버지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사진=손현씨 블로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정민씨와 한강에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 측이 여러 의혹 제기에도 대응을 하지 않았던 이유와 신발을 버린 경위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정민씨 아머니가 A씨 측이 미리 전화를 해주었더라면 정민씨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을 통해 처음 심경을 털어놓은 정민씨 어머니는 17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때(A씨가 자신의 부모님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새벽 3시30분) 연락만 해줬어도 정민이가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4시30분에 A씨가 귀가한 후에 자기들이 뛰어갈 정도로 이상한 상황이라면 저한테 전화를 하면서 나오는 게 정상"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민씨 어머니는 친구 A씨와 관련해 "작년 말 생일파티를 집에서 했을 때 왔었고 집에 와서 자고 간 적도 있다. 집도 멀지 않고 자주 만나는 친구"라면서 "(A씨 어머니도) 지난 2019년 3월에 처음 만났고, 7명 그룹에서도 성향이 맞아 그중 3명이 따로 자주 교류했을 정도였고 사건 전 주에도 만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정민씨 어머니는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데 늦은 밤이라고 전화 못 할 사이가 아니다. 제가 가장 놀라고 이해할 수 없는 게 바로 그것"이라면서 "3시 반에 아이 전화를 받았으면 저에게 전화를 백 번은 하고도 남을 사이다. 너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덧붙여 정민씨 어머니는 "그것도 실종 후 그 부부가 우리와 만났을 때 A씨가 전화했다는 이야기를 숨겼다"며 "그때 연락만 해줬어도 정민이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 정민씨 어머니는 "4시 반에 A씨가 귀가한 후에 자기들이 뛰어갈 정도로 이상환 상황이라면 저한테 전화하면서 나오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자기들끼리 (반포한강공원에) 와서 20~30분 동안 뭘 했을까. 그 후에 우리한테 전화했다는 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민씨 어머니는 또 A씨 휴대전화에 대해선 "한강에 버리거나 잃어버렸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진을 보면 그렇게 야무지게 자기 짐 다 싸고 갈 준비를 한 아이가 자기 휴대폰을 잃어버릴까. 3시 반에 자기 아빠한테 전화도 했다"고도 했다.


이어서 정민씨 어머니는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는 '사건 당일 시험 기간이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선 "보통 1~2주 간격으로 시험이 있는데 4월 시험이 다 끝났고, 다음 시험까지는 9일 정도 남아 있었다"며 "6주간 하는 해부학 실습도 끝나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정민씨 어머니는 "(정민이가) 많이 늦을 때 거의 제가 먼저 카톡을 보낸다"며 "그날은 1시 반 넘어 정민이랑 카톡을 했고,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 후회된다. 안 그랬으면 2시 이후에 연락했을 것이고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라고 했다.


또 정민씨 어머니는 "우리에겐 정민이가 전부였다. 지금은 진상을 밝히자는 목적이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고 난 후엔 뭐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정민이가 아팠다면 눈이든 장기든 다 줬을 텐데, 통째로 내 몸하고 바꿔도 되는데, 아이는 그럴 기회도 안 주고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민씨 어머니는 "뭔가를 해줄 기회가 없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마음 놓고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다 이제 뭔가 좀 알고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왔는데 고생만 하다 간 것 같아 아이가 너무 아깝다"고도 했다.


한편 A씨 측은 여러 의혹 제기에도 대응을 하지 않았던 이유와 신발을 버린 경위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또한 A씨 측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유력 인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A씨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유한)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실종 당일 A씨가 신었던 신발은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다음날인 26일 A씨 어머니가 모아뒀던 다른 쓰레기와 같이 버리게 됐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당시 A씨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그동안 별도의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던 이유에 대해선 "A씨 및 A씨의 가족은 진실을 숨긴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다"며 "목격자와 CCTV 내역 등 객관적 증거가 최대한 확보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정 변호사는 "과거에도 수차례 만취 상태에서 기억을 잃은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도 사고나 다툼이 발생된 적이 없었던 점, 이번 사건에서도 A씨의 신체, 의류나 소지품, 가족과의 당시 통화 내용 등 어디에도 불미스러운 사고의 흔적이 없었기에 A씨가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으리라고 당연히 믿고 있다"고도 했다.


더불어 정 변호사는 "A씨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도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라고 온라인을 통해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서 A씨가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던 부분과 관련해서는 "고인의 휴대전화를 왜 소지하고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할뿐더러 사용한 기억도 없다"면서 "A씨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안 사람도 A씨의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A씨 어머니는 A씨가 귀가 후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 놓은 점퍼를 들다가 점퍼 주머니에 무게감을 느껴 꺼내보게 됐고, 이 때 A씨가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들고 왔다는 것을 인지했다"면서 "A씨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으나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고, 이에 A씨 어머니는 휴대전화가 고인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A씨와 A씨 가족들을 판단하셔도 늦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디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시고, A씨와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13일 정민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감정서를 회신 받았다고 밝혔다. 정민씨 머리 부분에서 발견된 2개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국과수는 판단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6개 그룹, 목격자 9명을 조사한 결과 새벽 2시부터 3시 38분까지 정민씨와 A씨가 한강공원 인근에 돗자리를 깔고 같이 누워 자거나 구토를 했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정민씨는 누워있거나 앉아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경찰은 정민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 새벽 4시 20분쯤 A씨가 가방을 멘 채 혼자 한강에 인접한 경사면 인근에 누워 잠들어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목격자는 "A씨가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위치라 보고 깨웠으며 당시 손씨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오전 3시 38분부터 4시 20분께까지 정민씨와 A씨의 공통된 행적이 없고 친구만 자고 있는 상태로 발견돼, 3시 38분 이후 두 사람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와 함께 정민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실종 당일 정민씨와 A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360㎖ 2병, 소주 640㎖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 등 총 9병을 구매했다.


다만 경찰은 구매한 술을 이들이 다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고, 누가 더 술을 많이 마셨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당일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는 제보 몇 가지를 확보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입차량 154대를 특정해 동일 시간 출입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와 블랙박스 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A씨와 그 가족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데 이어 A씨의 노트북과 이들이 당일 현장에 타고 온 차량 블랙박스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마쳤다. 아울러 아버지 휴대전화를 제출 받아 추가 포렌식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뒤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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