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유 영토이자, 한때는 만주족(여진족)이 지배했고 현재는 중국이 통치하는 만주의 인구가 20세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만주로 중국인 한족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이래 160년 만에 사실상 첫 인구 감소다. 만주는 중국의 현 행정구역으로는 랴오닝성(遼寧省)·지린성(吉林省)·헤이룽장성(黑龍江省)을 포괄하는 동북 3성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둥베이(東北)’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1일 발표한 ‘제7차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동북 3성의 상주인구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9,851만4,948명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0년 ‘제6차 인구 선서스’ 조사 때의 1억952만여명 보다 무려 10.05%가 줄어든 것이다. 같은 시기 중국 전체 인구가 13억3,972만명에서 14억1,178만명으로 오히려 5.38%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동북 3성의 부진은 더 눈에 띈다.
동북 3성은 모든 성 단위에서 인구 감소를 경험했는데 구체적으로는 랴오닝성 인구가 10년전에 비해 2.6% 감소한 4,259만1,407명에 그친 것을 비롯해 지린성은 2,407만3,435명으로 12.3%, 헤이룽장성은 3,185만88명으로 16.9% 각각 줄어들었다. 각 성별로도 지금까지 한번도 감소하지 않은 인구가 이번에 일제히 줄어들었다.
동북 3성의 인구가 감소한 것은 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이다. 동북 3성 전체를 합해 제1차 인구 센서스 때인 1953년에는 4,173만여명이었던 지역 인구가 제2차인 1964년 6,273만여명, 3차인 1982년 9,094만여명, 4차 1990년 9,933만여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5차인 2000년에는 1억655만여명으로 1억 선도 넘어섰다. 하지만 6차인 2010년 1억952만여명을 정점으로 제7차인 지난해는 크게 감소한 것이다.
동북 3성 인구가 중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1982년 9.02%를 정점으로 계속 내려와 지난해 조사에서는 6.98%에 그쳤다. 청년층의 부족과 저출산에 따라 지역의 고령화도 심각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랴오닝성이 17.42%로 중국 내 1위,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15.61%로 공동 6위였다. 중국 31개 성시의 평균은 13.5%다. 2019년 기준 랴오닝성과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출산율은 각각 6.45‰(인구 1,000명당 출생아 6.45명을 의미), 6.05‰, 5.73‰를 기록, 전국 평균 10.48‰을 한참 밑돌았다.
동북 3성은 오래전에는 요동이라고 불렸다가 17세기부터는 만주족이 부상하면서 ‘만주’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거주하다가 이들이 중국을 정복하고 대거 이동한 후 한때는 사람이 거의 없는 빈 땅이 됐다. 청나라는 자신들의 고향이라면서 중국인들이 이 지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봉금 정책’을 유지했다.
봉금정책은 1860년에야 해제됐다. 당시 북쪽에서 러시아의 남진이 진행되면서 이를 방어할 필요가 생겼고 이에 남쪽의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킨 것이다. 산둥성 등에서 올라온 한족들은 만주를 가득 채웠고 현재의 인구구성으로 이어졌다. 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시기의 혼란 와중에서 만주로의 중국인 이주는 더 늘어났다. 신해혁명이 일어난 1911년 만주의 인구는 대략 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후에 중일전쟁, 국공내전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인구 증가는 계속됐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처음 조사된 1953년 인구 센서스에서 동북 3성 인구는 4,173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인구 증가는 이어져 70년 동안 두배 반으로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제 7차 인구 센서스에 나타난 인구 감소는 이러한 경향이 마침내 역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닝지저 국가통계국장은 지난 11일 인구 센서스 발표 현장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둥베이 지방은 우리나라(중국)의 가장 북쪽 지방이라서 겨울이 춥고 오래간다. 일부 둥베이 인구가 비교적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을 했고 이는 대다수 다른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외에 생활면에서도 둥베이 인구의 자연 증가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 또한 현재 둥베이 지역의 산업이 구조조정 중으로, 연해 경제발달 지역의 경제나 일자리 상황이 둥베이 인구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다.”
즉 동북 3성이 날씨가 추워서 생활이 불편하고 출산율이 낮으며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구 유출이 있다는 것이다. 북쪽 지방이라서 춥다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니 결국은 경제가 어려워 청년 세대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설명에 다름 아니다.
중국 동북 3성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전쟁기지로서 남겨준 군수 기반에 소련으로부터의 원조로 인해 이 지역 산업은 중국 최고수준을 기록했었다. 2차와 3차 인구 센서스 기간에는 인구가 10년만에 50%씩 증가하기도 했다. 동북 지방의 주요 기업인 안산강철그룹(약칭으로 鞍鋼)과 선양항공기공업그룹(瀋飛), 중국제일자동차그룹(一汽), 하얼빈전기그룹(哈電) 등은 이때 세워진 것이다.
그러던 지역 산업이 정체되고 뒤처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이른바 ‘개혁개방’으로 동남해 연해 지역이 성장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서다. 상하이나 선전 등이 해외 자본을 이용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반면 동북지방은 이런 ‘수혈’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젊은층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북 지방의 부진은 1990년대부터 나타났다. 대부분이 국유 중공업 위주인 지역 경제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후진타오 정부 때인 2003년 내놓은 지역발전 계획이 ‘동북진흥전략’이다. 세부적으로는 바다로 이어진 ‘랴오닝성 연해경제벨트 발전계획’, 지린성의 창춘-지린-투먼을 연결하는 ‘창지투 개발계획’, 가장 북쪽의 ‘헤이룽장성·네이멍구(내몽골) 변경지역 개발계획‘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상태다. 정부 관료들의 보수적인 사고방식과 국유 중공업 위주의 편중된 산업, 항만과 도로, 철도 등 인프라 부족 등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내부 혁신은 물론 외부 투자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중국내 다른 지역의 개발이 촉진되면서 동북과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현재 시진핑 정부 들어 동남부 연해지역으로의 경제 편중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초점을 맞춘 주장(주강)삼각주인 광둥성·홍콩·마카오를 잇는 ‘웨강아오 대만구 경제권’, 양쯔강 하류 유역인 ‘창장삼각주 경제권’, 베이징·텐진·허베이성을 연결하는 ‘징진지 경제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서부지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연계돼 개발되면서 결국 동북 3성만 완전히 소외되는 형편이다. 지난 10년간의 인구 감소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동북 3성이 부닥친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일부는 국제환경의 변화 때문이고 일부는 중국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항이다. 우선 국경을 인접한 북한과의 교역이 제한되면서다.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가 강화됐다. 이는 동북 3성의 대외 교역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러시아와 북한과의 교역이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 설상가상의 충격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탈출구로 여겨지는 한국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동북 3성에 대한 한국기업의 진출과 교역도 지지부진하다. 이는 전적으로 중국 측 잘못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우리나라의 동북 3성 지역 최대 투자중에 하나였던 롯데그룹의 ‘선양 롯데시티’ 개발사업을 막았다. 롯데는 결국 사업 매각과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랴오닝성 및 선양시 정부는 최근 들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롯데를 내쫓은 데 대한 해명이나 재발 방지, 진전된 투자조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이 다시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동북 3성의 경제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9년 랴오닝성의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5.5%로 당시 중국 전체 평균 6.0%보다 낮았다. 이후 2020년에는 0.6%(중국 전체 평균은 2.3%), 2021년 1분기는 12.9%(18.3%)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또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성장률도 2019년 각각 3.0%, 4.2%에 이어 지난해 2.4%, 1.0%, 올해 1분기는 14.9%, 12.4%에 그쳤다.
장기적으로 만주 지방이 한국기업들의 주요한 진출 대상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셈이다.
앞서 중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동북 3성의 최대 도시인 랴오닝성 성도 선양의 지난해 인구가 출생률의 급격한 하락과 함께 감소했다. 선양의 지난해 인구 자연증가율이 ‘-3.34‰’로 곤두박질쳤다. 출생률은 6.68‰인 반면 사망률은 10.02‰나 됐다.
중국은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 4곳 외에 추가로 대도시 15곳을 신 1선 도시로 지정하고 있는 데 이 가운데 인구의 자연감소가 발생한 것은 선양이 처음이다. 앞서 2019년에는 ‘+0.04‰’였는데 하락 반전한 셈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