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MZ세대 흡수한 알뜰폰의 과제

정혜진 바이오IT부 기자


“저희는 체험할 게 없는데 어떻게 오셨어요? 보통 가입할 요금제 다 알아보고 오시던데.”


며칠 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에 있는 ‘알뜰폰 스퀘어’를 방문해 상담을 받으려 하자 직원이 던진 말이다. 알뜰폰 스퀘어는 지난해 8월 정부가 내놓은 ‘알뜰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고객들과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야심 차게 문을 연 공간이다. 6개 남짓한 상담용 테이블은 비어 있었고 단말기 체험도 “전용폰이 없어 따로 할 게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오프라인에서는 알뜰폰만의 색다른 경험을 하기 어려웠다. 대형 서점들과 가격·배송으로 경쟁하는 대신 차별화된 경험으로 사랑 받는 독립 책방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알뜰폰 시장의 주요 지표인 휴대폰 후불 회선은 지난 3월 368만 4,012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1% 늘었다. ‘효도폰’으로 시작한 알뜰폰이 편리함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적극 흡수한 덕분이다. 편의성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본 경험이 있는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업계에 진출하면서 생긴 변화다.


아쉬운 대목은 이통 3사가 기존 이동통신시장(MNO)에서 했던 가격 및 요금 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증가한 알뜰폰 후불 요금제 가입자 약 34만 2,000회선 중 82%가 이통 3사 자회사 가입자다. 알뜰폰 사업자가 총 60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를 1,000명도 늘리지 못한 곳이 꽤 많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금 등 가격에 따라 이리저리 서비스 회사를 옮겨 다니는 ‘철새족’만 양산되고 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대다수 중소 업체는 고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업계 모두 알뜰폰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차별화된 경험을 고민해야 한다. MZ세대가 열광한 ‘독립 책방 에디션’ 같은 결과물을 내놓는 알뜰폰 기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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