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자유인이 되어보시길'…법정스님 미발표 유고 35년 만에 책으로

불교입문서 ‘진리와 자유의 길’ 출간
송광사 수련원장 시절 만든 강의 교재
원고 정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해 출간
"스님 빠뜨린 것 챙겼다고 기뻐하실 것"

법정스님./사진제공=맑고향기롭게

“법정스님이 안 계신 지금, 불자들이 법정스님을 그리워한다면 이런 가르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인 덕조스님은 법정스님(1932~2010)의 미발표 육필 원고를 묶어 펴낸 책 ‘진리와 자유의 길’의 출간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덕조스님은 법정스님의 제자인 맏상좌다.


책은 법정스님이 1987년 전남 순천 송광사 수련원장 시절 수련생들을 위해 만든 강의 교재다. 최근 덕조스님이 법정스님의 원고를 정리하다 당시 쓰인 친필 유고를 발견해 책으로 냈다. 법정스님 입적 이후 법문 내용이나 강연 등을 정리한 책은 여러 차례 출간됐지만 법정스님이 직접 쓴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스님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며 자신의 이름으로 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덕조스님은 "제가 모신 은사 스님은 아마도 당신이 빠뜨린 것을 챙겼다고 기뻐하실 것 같다. 대중의 불교 이해와 수련의 어려움을 덜어 줄 수 있게 되어서 잘됐다고 미소 지으시는 은사스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법정스님의 육필 원고./자료제공=지식을만드는지식

그동안 접한 법정스님의 책이 수필과 칼럼, 법문집, 경전 번역서였다면 이번에 나온 책은 불교 입문서다. 평소 법정스님이 생각하던 불교의 요체를 불(佛)과 선(禪)으로 나눠 부처님의 생애와 사상, 근본 불교, 초기 경전 이야기, 선의 세계, 좌선의 방법 등으로 다루고 있다. 쉽고 간결한 법정스님의 문체가 그대로 살아 있다. 덕조스님은 이 책의 특징에 대해 "읽기 쉬운 책과 배우는 책이라는 두 가지 성격과 교양과 수련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 제목은 ‘수행의 목적이 진리의 깨달음이고, 깨달음 끝에는 자유가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 출가한 뒤 진리를 탐구하고 무소유를 실천해온 법정스님의 큰 뜻을 녹여냈다. 책 속에는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말고 기억나는 것만 기억하면서 반복해 읽으며 생활 속에서 실천해보라는 조언도 담겨 있다. “곁에 두고 읽고 다시 읽고 실행해 보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십시오. 그러면 법정스님께서 수련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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