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단계적 접근은 한계 명확…北, 단물 빼먹다 핵동결로 끝낼 수도

■한미정상회담-북핵 외교적 해법의 함정
1단계 '화해 모드' 후 北 비핵화 시늉 속 제재는 풀릴 가능성
北, 원유 수입 등으로 경제 살아나면 조사 불허·버티기 유력
영변 외 핵시설 철저히 감추고 비밀리 핵무기 개발 배제못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주고받으며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대북 접근 방식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상당 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 대북 정책을 단계적 방식의 ‘실용 외교’라고 정의했는데 1단계 화해 분위기 조성→2단계 핵 동결 및 제재 완화→3단계 비핵화 및 체제 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2단계에서 3단계로 진전시킬 협상 카드가 핵심으로 그동안 북한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보면 2단계에서 시간만 계속 끌 위험성이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경제제재가 풀리면 영변 이외의 핵 시설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불허하고 버티기로 나설 것이며 결국 북핵 문제는 최종 종착지인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핵, 단계적 해법 어떻게 이뤄질까=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난으로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무진 차원에서 만나 인도적 지원 문제를 거론한 뒤 북핵 협상을 두고 고위급 회담까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북한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홍수 등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김덕훈 북한 내각 총리가 최근 양강도·함경남도 등 경제 현장을 분주하게 방문하며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은 북한과 여러 차례 대화가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북한 영변 핵 시설 등의 폐쇄와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 조치가 서로 맞교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현재 11개의 제재 가운데 광물 수출입 금지, 금융기관 활동 금지, 수산물 수출 금지, 정유 배럴 상한선 해제, 해외 근로자 귀환 조치 등 다섯 가지에 대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북 접근 방식을 정상 간 합의를 통한 ‘일괄타결’을 선호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실무진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며 “대화가 몇 차례 이뤄지면 비핵화 협상의 물꼬가 트이면서 북한 내 플루토늄, 고농축 우라늄 시설 폐쇄와 경제제재 해제가 맞교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핵 폐기는 ‘희망고문’…영변 이외 시설은 비공개할 듯=북미 간 협상은 이후 3단계인 핵 폐기와 체제 보장 논의로 이어지는데 북한은 이 과정에서 각종 트집을 잡으며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북한으로서는 2단계에서 이미 얻어야 할 상당 부분을 얻어냈기에 3단계를 굳이 이행할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핵 없이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면 왜 굳이 제재를 받아가면서 힘들게 핵을 이고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북한의 속셈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 교수는 “영변 핵 시설 폐쇄 등은 핵 동결 조치로서 중간 단계로, 북한이 원하는 광물 수출, 정유 수입 허용을 해주면 북한 경제가 급속도로 회복할 것”이라며 “이 경우 북한은 핵 폐기 등 다음 단계로 이행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계속 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또 이미 알려진 영변 핵 시설 이외의 시설은 철저하게 부인하며 비밀리에 핵 개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는 최근 북한 핵 시설과 관련해 최소 5곳에서 최대 116개의 핵무기를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장호진 한국해양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핵 동결 협상 이후에도 영변 이외의 시설에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핵 동결 협상에 그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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