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배우로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공승연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가 ‘재발견’이라는 말을 듣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 생활 10년 차에 접어든 공승연은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만나 드디어 새 얼굴을 찾았다. 원톱 주연이라는 부담감이 무색하게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을 발산한 그는 ‘공승연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19일 개봉하는 공승연의 첫 장편 영화 주연작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 가구가 늘어난 시대 ‘홀로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공승연이 연기한 진아는 혼자 있는 것이 제일 편한 20대 후반 콜센터 상담원. 신입사원 교육을 맡는 것도 귀찮고, 어렸을 적 바람나 집을 나간 아버지가 돌아와 죽은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 날 옆집 남자가 고독사한 채로 발견되고, 그 집으로 새로 이사 온 남자 성훈(서현우)이 이웃들을 모아 망자를 애도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삶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시나리오를 받고 조금 두려웠어요. 장편 영화를 저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나가야 하잖아요. 제가 아직 영화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온전히 주인공으로 서 본 적이 없어서 ‘이게 나에게 들어온 대본이 맞나’ 의심했어요.”


걱정부터 앞선 ‘혼자 사는 사람들’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홍성은 감독 덕분이다. 공승연은 홍 감독에게 “왜 나에게 대본을 줬냐”고 직접적으로 물으면서 하나씩 답을 찾아 나갔다. 처음 마주한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한가득 적어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하기도 했다.


“진아는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이어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설명해 주신 것이 모두 이해가 되면 마음을 열려고 했는데, 정말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제가 연기하는 진아의 모습이 궁금해졌어요. 연기해본 적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얼굴이 궁금했던 거예요. 겁을 많이 먹었는데 감독님이 저와 찰떡이라면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공승연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촬영을 진행하면서도 홍 감독과 꾸준히 상의하면서 연기했다. 극적인 이야기보다 일상이 주를 이루는 만큼 매끄러운 표현에 중점을 둬야 했다. 클로즈업 신이 많아 대사보다 표정 하나하나에 미묘한 감정을 담는 데 신경 쓰기도 했다. 여기에 극 중 흡연자인 진아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한 달 전부터 담배도 배우고,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했던 둘째 동생의 도움도 받았다.


“동생은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했던 것이 좋은 기억이라고 하지 않더라고요. 많이 울고 고생했는데,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해요. ‘그런 환경 속에서 에이스라고 불리는 진아는 어떤 인물일까?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튜브를 통해서도 상담원에 대해 공부했는데 인신공격을 하는 고객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요. 진아는 그런 고객들의 목소리를 무디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거에 익숙해지려고 했었죠. 진아도 처음에는 힘들었을 거예요. 점점 무뎌지고 일부러 단절하려고 노력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공승연의 진아는 큰 울림을 주는데 성공했다. 앞서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되면서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고, 데뷔 10년 만에 배우상까지 수상했다. 공승연은 이런 관심과 인정이 아직 얼떨떨하기만 하다.


“2019년 12월에 촬영을 마치고 ‘언제 나오나? 왜 안 나올까?’ 했어요. 그 시간 동안 ‘내가 연기를 못했구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장편 데뷔작인) 감독님에게 날개를 달아드려야 하는데’라고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칭찬도 많이 받고 바빠져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웃음)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까지 했던 작품들이 모두 주저했던 것들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덕분에 나도 아직 할 수 있고, 조금 더 도전해보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원동력을 얻게 됐죠.”



공승연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승연이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나 ‘인기가요’ MC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배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큰 버팀목이 된 가족마저도 “이쯤 하면 됐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꼭 보여주겠다”는 오기로 끝까지 밀고 나갔다.


“지금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처음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제 기사도 찾아보고 영화에 대한 기사도 살펴보는 게 제 일과가 됐죠.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제 첫 장편영화이기도 하고 연기로 첫 상을 받은 영화라서 큰 의미가 있어요. 제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소중하고 배우로서 시작을 다시 하는 느낌이에요. 저도 어디 가서 ‘무슨 작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봐줬으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이제는 그런 오기 말고 내가 배우라는 삶을 살면서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지 찾고 있어요. 새로운 원동력을 찾고 있는 거죠. 배우라는 직업에 어울리고 나 자신에게도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필모그래피도 갖고 싶고요. 조금 더 준비하고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액션부터 진한 멜로, 공포,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하나씩 도전해 나갈 예정입니다.”



공승연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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