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수소 사업에 뛰어든다. 주요 대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롯데가 더 늦기 전에 수소 사업 ‘막차’를 탄 것이다. 롯데는 국내 석유화학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수소 모빌리티 사업에 활용하고 나아가 수소 생산 시설과 충전소 등 유통망 구축에도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수소 모빌리티 공동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와 기욤 코테 에어리퀴드코리아 대표가 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프랑스 기업인 에어리퀴드는 독일 린데, 미국의 에어프로덕트·프렉스에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액화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한 4대 기업으로 꼽힌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의 활용은 부피가 작고 유통하기 용이한 액체 상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케미칼과 에어리퀴드는 고압 수소 출하 센터와 수소충전소 구축에 함께 투자할 계획이다. 출하되는 수소는 롯데케미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다. 롯데케미칼은 여수·대산·울산 사업장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면서 저탄소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여수가 연간 5만 5,000톤으로 가장 많고 대산 1만1,000톤, 울산 2,000톤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산과 울산 사업장에 우선적으로 고압 수소 출하 센터를 구축하고 향후 이를 다른 사업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액화수소 생산 시설에도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이 부지와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에어리퀴드는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로 협력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과 고압 수소탱크 기술 개발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50ℓ급 차량용 수소탱크 소재를 개발했고, 올해 초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성능 평가를 마쳤다.
이 같은 협력을 통해 블루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저감, 수소 유통 채널 확대 등 수소 생태계 확장에 양사가 기여하며 윈윈할 수 있다는 게 양측의 생각이다. 실제 에어리퀴드는 전 세계적으로 12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설계·구축한 노하우가 있다. 황 대표는 “앞으로 수소 시장에서 에어리퀴드와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수소 산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이날 2,100억 원을 투자해 대산 공장에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로, 전기차 배터리 4대 부품 가운데 하나인 전해액에 투입되는 물질이다. 전해액 원가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소재로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