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를 시작으로 당첨만 받으면 ‘벼락 거지’ 신세를 한순간에 벗어날 수 있는 강남권 로또 단지가 연이어 분양되면서 ‘규제의 역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 억 시세 차익’이 보장되지만 정부의 겹규제가 오히려 ‘무주택 현금 부자’들의 배만 불려줄 수 있어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로 가격이 껑충 뛰면서 대출도 받지 못한다. 임대는 있지만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등 특별공급은 ‘0가구’거나 거의 없다. 전 가구가 가점제로 공급되는 단지도 많아 결과적으로 무주택 자산가들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 원베일리 시작, 다시 움직이는 강남 로또=분양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가 청약을 받는다. 3.3㎡당 분양가는 5,653만 원으로 확정돼 기존보다 15만 6,000만 원 내렸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해 지어지는 단지로 지하 3층, 지상 35층, 23개 동, 2,99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46~74㎡ 22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강남권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가 청약을 받은 것은 지난해 7월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 이후 1년여 만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와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많은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을 대거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올해는 원베일리를 시작으로 강남권 로또 재건축 단지가 계속 나온다. 현재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해 공급되는 ‘래미안 원펜타스’, 잠원동 신반포4차 재건축 ‘신반포 메이플자이’, 방배동 방배5구역 재건축 ‘디에이치 방배’ 등이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다. 강동구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이 분양을 준비 중이다.
◇ 특별공급도 없고 전세도 못 놓아=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에 나서는 이유는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공시가격이 껑충 뛰면서 일반분양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원베일리는 역대 최고 분양가다. 이외에 강남권 다른 단지의 경우 3.3㎡당 4,000만 원 중반에서 5,000만 원대에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용 59㎡만 해도 분양가가 11억~12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베일리의 경우 최소 평형인 49㎡가 10억∼11억 원, 59㎡가 13억∼14억 원, 74㎡가 17억∼18억 원 선이다.
일단 이들 단지에 특별공급분은 없다. 관련 법에 따라 서울 등 투기 과열 지구에서 분양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 봉양 등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양 물량 가운데 절대다수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서울권 분양 물량 대부분이 전용 85㎡ 이하 중소·중형인 만큼 추첨제 물량도 극히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용 85㎡ 이하는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는다. 한 예로 ‘래미안 원베일리’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46~74㎡로 전부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린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9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 재건축 또한 중대형 물량을 조합원이 선점하면서 전용 85㎡ 초과 추첨 물량은 단 한 가구도 없다.
대출 규제도 따른다. 우선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서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없다. 입주 시 시세가 15억 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는 의무 거주 기간이 적용된다. 입주 때 전세를 놓을 수 없고 무조건 입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겹규제가 무주택 현금 부자들만 더 유리하게 만든 것이다. 시장에서는 강남권 로또 단지 당첨 시 못해도 수억 원, 많게는 10억 원 이상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아무리 낮다 하더라도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서민들은 살 수 없는 가격”이라며 “결국 로또를 분양 받는 사람은 충분한 현금을 갖춘 부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민들을 위해 분양가를 낮췄다지만 과실은 부자들이 따가는 것”이라며 “정부 규제의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