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이 금융권 중 가장 선호하는 시중은행 공채의 씨가 마르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은행 모두 올해 상반기 전국 단위의 공채 없이 지역 공채나 수시 채용으로 빈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채용 분야도 디지털이나 경력직 채용에 집중돼 신규 취업을 노리는 문과생은 더욱 높아진 채용 문턱을 넘어야 할 상황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매년 상·하반기 나눠 공채를 진행하던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 대신 분야별 수시 채용으로 직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수요가 높아진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금융·자산관리(WM) 경력직 수시 채용, 투자은행(IB)·리스크 등 전문 분야, 국가보훈·장애인 특별 채용 등을 진행 중이다.
매년 두 차례 진행하던 신한은행의 공채 규모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최근 3년간 △2018년 600명(상반기 300명, 하반기 300명) △2019년 430명(상반기 230명, 하반기 200명) △2020년 350명(상반기 100명, 하반기 250명)으로 감소했다. 영업점 축소와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라 창구 직원은 줄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관련 분야 직원은 경력직이나 수시 채용으로 채웠다.
이는 은행권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종 채용 트렌드다. 특히 디지털 분야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추세여서 경영·경제 등 문과생 최선호 업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유니버셜뱅커·정보기술(IT)·디지털 등 3개 부문에서 직원을 뽑았다. 국민은행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라 문·이과 등 전공에 따른 차별은 없지만 디지털이 중시되기 때문에 문과생 지원자도 최근 코딩 등 여러 디지털 자격증을 따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부터 신입 행원 채용에 나선 우리은행도 모집 분야를 디지털·IT 부문으로 한정했다. 금융 분야의 기본 소양을 지녀야 하지만 디지털 능력이 더욱 중시되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지역 공채만 실시해 두 자릿수 인원을 뽑을 예정이다. 문·이과 비중은 정해두지 않았지만 갈수록 이과생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9년부터 디지털 소양 평가(TOPCIT)를 도입해 관련 능력을 검증하고 있어서다.
시중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실시해 340명을 채용한 농협은행은 전 모집 분야에서 공학자연계열 석사 이상 학위 보유자를 우대했다. 일반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분석기사·데이터분석전문가·SQL전문가 등 디지털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