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춤추는 성시경? 변신에는 다 이유가 있다(종합)

성시경 / 사진=에스케이재원 제공

의외의 모습이다. '발라드의 황제' 성시경이 10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에서 춤을 선보인다. 애절한 노랫말보다 설렘 가득한 사랑스러운 노랫말에 감미로운 목소리를 녹여냈고, 주로 무채색으로 가득했던 앨범을 비비드한 색감으로 채웠다. 그의 이유 있는 변신이 반갑다.


20일 오전 성시경은 정규 8집 ‘ㅅ(시옷)’ 발매 기념 프레스 컨퍼런스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성시경은 2011년 발매한 정규 7집 '처음' 이후 10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그동안 각종 OST, 컬래버레이션, 디지털 싱글을 통해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성시경 표 감성 앨범을 기다려왔던 이들에게는 긴 기다림이었다. 그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 'ㅅ(시옷)'에는 사람, 사랑, 삶, 시간, 상처, 선물, 손길, 시 등 ㅅ(시옷)으로 시작하는 우리네 일상 속 평범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담겼다. 성시경은 앨범 설명을 하면서도 "어마 무시한 메시지보다는 한곡 한곡 좋은 노래 모아서 꾸며봤다"고 담백하게 정리하며 "들어주시고 판단해 주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리스너들의 평가를 기대했다.


타이틀곡 ‘아이 러브 유(I Love U)’는 성시경의 발라드 감성만을 생각했던 이들에게는 파격적인 곡이다. '아이 러브 유'는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서툰 설렘의 감정을 사랑스러운 노랫말과 성시경표 감미로운 목소리로 녹여냈다. 어쩌면 늘 곁에 있었음에도 알아채지 못한, 그 서툴지만 투박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곡에 담아내 ‘모두 가까이에 있는 사랑을 알아보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한다.


'아이 러브 유'는 댄스곡이라는 점에서 2001년 발표한 히트곡 '미소천사'가 연상되기도 한다. 성시경은 "내가 춤추는 걸 보고 '역시 한계가 있구만'이라고 느끼며 많이 웃을 수도 있는데 그게 포인트다. 43살의 댄스곡"이라며 "'댄스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아닌, 곡도 되게 마음에 들고 '이 나이에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타이틀곡으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뮤직비디오 외에도 춤만 추는 영상이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안무 연습 영상도 찍을 예정이니까 관심 가져달라"고 이전 앨범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였다.


성시경은 '아이 러브 유'의 제목을 '왕자 방탄 짱'이로 지으려고 했다고 밝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같은 날 신곡 '버터(butter)'로 컴백하는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방탄소년단이 1등을 하고, 내가 만약에 2위를 하게 된다면 '방탄의 버터' 다음에 '왕자 방탄 짱'이라는 이어짐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재치 있게 말해 선의의 경쟁을 기대케 했다.


총 14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정통 발라드는 물론, 신스팝 발라드, 레트로 스타일의 미디엄 팝 장르 곡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곡으로 채워졌다. 조규찬, 이규호, 심현보, 권순관 등 실력파 뮤지션과 작사가 김이나가 참여했다. 성시경은 수록곡 ‘우리 한때 사랑한 건’ ‘이음새’ ‘마음을 담아’ 등을 직접 작곡했다.



성시경 / 사진=에스케이재원 제공

이번 앨범은 지난해 봄에 발매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연기하게 됐다. 성시경은 "기운이 빠졌지만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며 "20 년 만에 처음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았다. 펀곡도 만족할 때까지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규 앨범이 발매되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에는 많은 고민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MC로 활약하기도 했고, 싱글 앨범보다 정규 앨범을 발표해야 한다는 신조 때문에 쉽게 앨범을 발표할 수 없었다. 그는 "내 팬들 중에는 앨범을 LP로 내달라는 분들도 있다. 나 또한 음원을 들을 때도 트랙의 흐름을 듣고 싶은 사람"이라며 "음반에서 음원시장으로 변하면서 '앨범을 내야겠다,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옛날 가수라 그런지 한두곡 싱글곡으로 내긴 아쉽고 준비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음악 소비 행태를 잘 모르겠다"고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이번 정규 앨범은 내야 하는 것이었다. 긴 시간 팬들에게 앨범을 내겠다고 말했어서 내 팬들이 이 앨범을 듣고 날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내 팬들은 트랙 순서대로 앨범을 들어젔으면 좋겠다. 새로운 팬들도 생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게으르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후회하고 있다"며 "앨범을 자주 내는 행위를 미안해하거나 민망해 하지 않고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성시경은 "사랑 노래만 하고 싶기도 하다"고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작가보다 배우가 우선"이라는 그는 "나는 작품을 쓰는 것보다 연기하는 게 좋은 가수다. 원 맨 메이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메시지, 성장과 변화에 대한 생각이 적은 편"이라며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사랑 노래 안에서 충분히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발라드 황제'로서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는 정승환과 악뮤 수현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는 정승환의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최근에 수현에게 빠졌다"며 "목소리가 미친 것 같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솔로 활동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의 활동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성시경은 10년 만의 정식 활동에 모든 게 새롭고 낯설지만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신인 가수가 된 것 같다"는 그는 "댄스곡을 하는 것도 신기하다. 예전에는 앨범을 내면 신문사에 가서 직접 기자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었는데, 지금 온라인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도 새롭다"며 "내가 맡고 있는 예능이 있는데 다른 예능에 가서 앨범 홍보를 하는 것도 처음이고, 체력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홍보는 다 해보고 싶다"고 남다른 의지를 보여 색다른 모습을 기대케 했다.


한편 성시경의 다채로운 감성으로 가득 찬 정규 8집 'ㅅ'은 21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