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14자리, 아빠는 11자리. 동생은 110으로 시작하는가 하면, 나는 3333으로 시작하기도 하죠. 자릿수부터 숫자 배열까지 가지각색인 이 번호. 바로 계좌번호입니다. 계좌번호가 이렇게나 복잡하게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계좌번호가 복잡한 이유는 번호들이 모두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좌번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데요.
먼저, 계좌번호의 앞 부분에는 영업점 코드, 또는 계좌의 종류를 나타내는 과목 코드가 들어갑니다. 이 번호를 통해 해당 계좌가 어디서 개설된 것인지, 또 어떤 종류의 계좌인지를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계좌 앞자리를 영업점 코드 4자리로 구성합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의 당리동지점(1234)이나,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지점(4444)의 코드가 독특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반면 계좌번호가 3333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카카오뱅크는 계좌 앞부분에 과목코드를 사용하는 이 3333은 사실 “입출금 계좌”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출금 계좌의 앞자리만 3333이 사용되며, 적금 계좌는 3355, 대출 계좌는 3650으로 시작합니다.
계좌번호의 앞부분이 은행과 계좌의 정보를 담고 있다면, 중간부분에는 주로 소비자를 나타내는 일련번호가 들어갑니다.
계좌번호에서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는 일련번호는 대개 무작위로 추출합니다. 반면 신한은행은 재미있는 규칙을 가진 일련번호를 사용하죠. 신한은행의 일련번호는 계좌가 개설되는 순서에 따라 정해집니다. 그래서 일련번호를 통해 자신이 이 은행에서 몇 번째로 계좌를 개설한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좌번호의 맨 끝 한 자리는 검증번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검증번호는 앞서 사용한 계좌번호의 숫자들을 곱하거나 나누는 등 특수한 규칙을 사용해 생성해내는 한자리의 숫자인데요. 이 검증번호를 통해 이 계좌가 유효한 계좌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는 이 검증번호를 계좌번호에 포함시키고 있죠.
그런데, 복잡한 숫자가 아닌 본인의 전화번호를 계좌번호로 설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그건 바로 은행의 맞춤형 계좌번호 서비스 덕분입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화번호처럼 나와 연관된 숫자로 계좌번호를 변경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서비스는 실제 계좌번호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입금만 가능한 가상 계좌를 만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또 개인정보유출 우려가 있는데다 전산 오류가 발생한 사례가 생기면서 금감원에서 사용 중단을 권고 받기도 했죠.
이렇게 많은 규칙을 지켜가면서 만드는 번호라면, 혹시 계좌번호가 고갈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게다가 휴대폰 번호와 달리 계좌번호는 폐쇄 후 평생 다시 쓸 수 없습니다. 추후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하지만 계좌번호가 긴 덕분에, 한 은행 영업점에서 만들 수 있는 계좌는 999만개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죠?
오늘도 한층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되셨길 바라며, 이상 여러분의 일상 속 경제 이해 도우미, 아는 분이었습니다.
/김지윤 인턴기자 wldbs5596@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