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자의 한 주 정리] 중국 암호화폐 금지 배경엔 DCEP 상용화가 있다?


이번주 암호화폐 시장에 악재가 겹쳤습니다. 친(親) 비트코인 인사처럼 행동하던 테슬라의 일론머스크가 입장을 바꿨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 데 이어, 탈중앙화·에너지 소비 이슈 등을 언급하며 비트코인을 비판하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출렁였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심화된 가운데 중국이 더 큰 타격을 가했습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중국이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왜 다시 엄포를 놓은 걸까요? 그 이면을 살펴봤습니다.


한 주 간 이슈를 콕 집어 정리해 드리는 도기자의 한주 정리입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금융협회, 중국은행협회, 중국지불결제연합 등 국영 금융 유관협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금융기관들은 가상자산과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해선 안 된다”고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개인들에게 가상자산에 대한 투기적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대중들도 자신들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가상자산과 관련된 금융활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실 이번 경고는 과거 중국이 내놨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및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개인 간 거래 금지 및 금융서비스도 전면 금지했죠.


이미 금지가 돼 있는 상황인데 이 시점에 다시 한번 강력한 엄포를 놓은 겁니다.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있습니다. 중국은 전세계 국가 가운데 CBDC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CBDC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CBDC에 ‘DCEP’란 명칭을 붙이고 개발 및 유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DCEP 상용화에 잰 걸음을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디지털화폐로 미국과의 통화 주권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둘째, 통화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서 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땐 국가 통제 밖에 있는 암호화폐는 불편한 대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중국의 엄포는 기존에 발행된 암호화폐를 견제하고 DCEP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1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규제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규제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통화 패권을 가져가려는 중국 입장에선 탐탐치 않아 보였을 겁니다. BTC 등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국의 입김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강력히 통제하려는 배경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하락이 단기 조정으로 끝날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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