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세에 맞서 은행·증권·카드·보험·신용평가사 등 전통 금융사들이 데이터 동맹을 구축했다. 금융·건강·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특히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본격화를 앞두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는 유통·통신 등의 비금융 기업도 참가하는 거대 ‘생활데이터댐’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교보생명·미래에셋증권·한화손보·NICE평가정보사와 국내 초대형 민간 ‘금융데이터댐’ 구축을 위한 금융 트렌드 공동 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데이터댐이란 대량의 데이터를 가공해 가치 높은 데이터로 구축하고 수요자가 용도에 맞게 이를 활용하는 플랫폼을 뜻한다. 금융데이터댐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데이터 수집·결합·분석·유통 등의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데이터 공유·활용·판매에 협업하게 된다.
이번 협약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각 분야의 대표적인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해 독자적인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기로 했다는 데 있다. 이는 금융권 ‘공동의 적’인 빅테크들이 소비·일상생활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을 빼앗아가자 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권 동맹을 형성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데이터댐은 금융사가 통신 등 비금융사들과 손잡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졌다.
이번 금융데이터댐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우리은행의 거래 정보, 미래에셋증권의 주식거래 정보, 교보생명의 보험 가입·지급 정보, 우리카드의 결제 정보, 한화손보의 보험계약·보상 정보, NICE의 소득 추정 정보 등을 공유한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회사는 금융뿐만 아니라 생활·건강 등 측면에서 고객을 깊이 있게 분석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맞춤형 고객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각 사는 신용정보를 뛰어넘을 새로운 고객 특정 지수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취합하는 프로세스도 간소화한다. 이 과정을 거쳐 가명 처리 및 결합된 데이터는 금융데이터거래소·한국데이터거래소에 판매된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회사들이 데이터를 통해 수익화까지 가능한 셈이다.
금융데이터댐의 효과는 빠르면 8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금융데이터댐에 참여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고객별 자산관리 성향, 소비 내역을 분석해 자산관리 부분의 디지털 전환에 앞서나갈 기회”라고 말했다.
6개사는 금융데이터댐에 유통·통신 등 다른 분야의 회사도 참여할 수 있게 해 궁극적으로 생활데이터댐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데이터 결합과 정교화를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 제공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치 높은 데이터 수집과 양질의 빅데이터로 데이터댐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데이터 사업화에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고 향후 정부 주도 데이터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