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사상 가장 많은 상금을 모은 장하나(29)는 통산 13승을 자랑한다. 한 해 4승을 몰아치기도 했고 메이저 대회 제패 경험도 있다. 1 대 1 매치플레이 대회에서도 우승해봤다. 스물 한 살 때인 2013년의 일이다. 8강에서 김효주, 4강에서 이정민을 물리친 뒤 결승에서 당시 신인 전인지를 2홀 차로 제압했다.
장하나가 8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50억 원짜리 금자탑’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1일 강원 춘천의 라데나GC(파72)에서 계속된 KLPGA 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우승 2억 원)에서 16강에 안착했다. 올 시즌 평균 타수 1위(70.00타)의 장하나는 조별 리그 최종 3차전에서 2019시즌 신인왕 조아연을 3홀 남기고 4홀 차 승리(4&3)로 일축했다. 3전 전승을 거둔 장하나는 각 조 1위에 주어지는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50번 시드의 반란’ 배소현과 8강 행을 다툰다. 조아연은 2승 1패로 아깝게 짐을 쌌다.
장하나는 통산 상금 49억 2,829만 원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서 2위(상금 9,200만 원) 이상의 성적을 내면 50억 원 돌파라는 최초 기록을 쓴다. 시즌 초반 발목 부상에 주춤하기도 했지만 복귀전인 지난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곧바로 톱10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압도적인 페이스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윤다현과 김리안에게 각각 3홀 차 승리를 거뒀고, 상승세의 조아연을 상대로도 전반에 이미 5홀을 앞섰다. 14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너무 정확한 나머지 핀을 맞고 그린 밖으로 굴러 내려가는 장면도 나왔다.
시즌 상금 1위인 박민지는 2주 연속 우승 기대를 키워가고 있다. 장타자 전우리를 4홀 남기고 6홀 차(6&4)로 돌려 세우며 3전 전승으로 16강에 올랐다. NH투자증권 대회 우승자인 박민지가 이번 대회도 접수하면 2017년 6월 김지현 이후 4년 만에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한다. 최예림이 16강 상대다.
2019년 우승자인 디펜딩 챔피언 김지현은 이소영(1승 1무 1패)에게 1홀 차로 졌지만 조 1위(2승 1패)를 차지해 대회 2연패 가능성을 이어갔다. 데뷔 10년 만에 최근 첫 승을 거둔 곽보미를 16강에서 만난다.
대상(MVP) 3연패를 자랑하는 최혜진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날 최민경에게 1홀 남기고 3홀 차로 지면서 1승 2패로 탈락했다. 최민경이 어려운 파 세이브에 성공한 16번 홀(파3)에서 최혜진은 두 발짝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2홀 차로 밀리면서 추격 의지가 꺾였다. 최민경은 그러나 같은 2승 1패의 장수연과 벌인 연장에서 세 홀 만에 져 16강 티켓을 내줬다.
올 시즌 대상 포인트 1위 박현경은 같은 2승의 박채윤과 벌인 ‘단두대 매치’에서 연장 두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조 1위를 확정했다. 박지영과 8강 진출을 겨룬다. 박결은 전날 김민선을 7홀 차로 따돌린 데 이어 임은빈을 만난 이날도 7홀 차 대승을 거뒀지만, 첫날 최예림에게 당한 1패 탓에 2승 1무의 최예림에게 밀려 16강이 좌절됐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