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투기 수단된 '특공' 아파트, 환수 가능할까

세종 공무원 아파트 특공으로 시세차익 의혹
김부겸 "아파트 분양 취소 검토" 지시했지만
법적 근거 없어…소급적용 시 재산권 침해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안내판에 먼지가 수북하다./연합뉴스

관세평가분류원의 세종시 청사 신축과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를 의뢰하고, 특공 받은 아파트 분양을 취소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특공 아파트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지난 18일 국무조정실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과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이 같이 지시했다. 그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세종과 지리적으로 얼마 떨어져 있지도 않은 바로 옆 대전에서 청사를 이전한다 해도 특공 혜택까지 주는 것은 이상하다"며 "그런 과정에서 규정에 맞지 않는 부분을 찾아 원칙대로 처분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부 세종 공무원들이 특공 제도를 투기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제2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금 171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새 청사를 짓고 이전을 추진하려다 최종 무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속 직원 49명이 공무원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종시 특공이 시행된 2010년 이후 2만6,000여 가구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에게 분양됐다. 세종시 아파트 11만780가구 가운데 2만6,163가구가 특공이다.


허술한 특공 제도로 공무원들이 불로소득을 챙겼다는 논란이 일자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무원들의 주거지 이전 유도와 지원을 위해 도입한 특공이 부동산 투기 수단인 '세종 로또'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실거주를 하지 않고, 2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 같은 논란은 세종시에서 군산과 인천으로 각각 청사를 이전한 새만금개발청과 해양경찰청으로도 번졌다. 지난 2013년부터 5년 동안 세종시에 있던 새만금청은 직원 46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2016년 인천에서 세종시로 이전했다가 2년 만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직원 165명이 아파트 특공 혜택을 받았다.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연합뉴스

정부는 특공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난 2월 주택법을 개정해 특공 분양 시 3년간 실거주를 의무화하고, 전매제한 기간도 기존 5년에서 8년으로 강화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특공을 아예 폐지하고, 분양 받은 아파트를 다시 환수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하지만 특공을 받은 아파트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이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다 무산됐더라도 공무원 특공으로 받은 아파트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새만금개발청과 해경청처럼 세종에 있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경우에도 특공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또 분양 시점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법률 조항을 소급 적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특공의 당초 취지에 맞도록 '환매조건부'를 통한 분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환매조건부는 LH 등 공공기관에 되파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가는 주변 지역 시세보다 저렴하게 조정하되,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다. LH 등 공공기관에 팔더라도 공급원가에 일부 이자만 더해 집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제 입주를 하지 않으면 다시 환매하고, 공공기관에 되파는 조건으로 특공을 해야 투기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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