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증권맨’들의 급여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분기 기준 급여 수준이 1억 원을 돌파한 증권사가 2곳이나 생겨나고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배 넘게 늘어난 곳도 있었다.
21일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15곳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 분기 급여 수준이 한 곳도 빠짐없이 증가했다. 특히 메리츠증권(008560)과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은 1인당 평균 급여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8.18%, 71.67% 늘어 1억 355만 원, 1억 300만 원을 기록하며 ‘증권사 분기 급여 1억 원 시대’를 열었다. NH투자증권(005940)도 1분기 급여가 지난해 2,700만 원에서 6,500만 원으로 140.74%나 증가했다. 삼성증권(016360)(48.65%), 현대차증권(001500)(36.59%), 미래에셋증권(006800)(32.56%) 등도 1인당 급여가 5,000만 원대로 늘었다.
임원 급여도 3곳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에서 증가한 가운데 15곳 중 9곳의 직원 급여 증가율이 임원을 압도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지난해 동기 대비 2.4배가량 늘어난 NH투자증권의 경우 미등기임원의 급여는 1.4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밖에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DB금융투자(016610) 등 8곳의 직원 분기 급여 증가분이 임원 증가분을 넘어섰다. 한화투자증권(003530)(-18.75%), 한국투자증권(-14.17%), SK증권(001510)(-15.57%) 등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가 올해 흑자 전환한 증권사들의 미등기임원 분기 급여는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올 1분기에 대·중소형 가릴 것 없이 역대급 호실적을 내자 실적 상승분이 성과급 등 직원 급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2,8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76.34% 늘며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2,968억 원), NH투자증권(2,574억 원), 메리츠증권(2,117억 원) 등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100~800% 증가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2분기의 경우 증권사 실적을 이끈 증시 거래 대금이 전 분기보다 둔화돼 실적 잔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1월 47조 8,000억 원, 2월 35조 7,000억 원, 3월 29조 4,000억 원 등으로 1월 이후 일평균 거래 대금이 매월 감소하는 추세라 당초 기대한 만큼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이익이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