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중국 견제 성격을 띤 미국 중심의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쿼드' 가입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쿼드 확장판 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방하원의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쿼드 참여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차례 했다고 영 김 하원의원이 2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한국계인 김 의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펠로시 의장이 지금 쿼드를 통해 우리가 중국을 견제한다든지, 한국이 들어오면 이제 쿼드가 아닌 5자회담이 된다든지, 아니면 5개국이 힘을 합쳐 그런 내용을 좀 더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입장을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백신·신기술 등 워킹그룹별로 유연하게 쿼드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한국이 특정 분야의 협력을 논의하는 쿼드 전문가 회의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쿼드 문제는 코로나19 백신이나 기후변화, 정보기술(IT) 등 신기술 분야 협력 등 한국이 참가하기 쉬운 부분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 조기 재개와 대북 제재 완화 등의 유인책에는 냉담한 태도를 나타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언론 브리핑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의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단계적 실무 협상에 무게를 두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희망하는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에는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지난 19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및 북한 주변국들과의 외교를 통해 제재를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대북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워싱턴=공동취재단·서울=허세민·김혜린 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