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가수] 세계관은 에스파처럼, 유니크함에 실력 더하니 궁금할 수밖에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니크하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그룹이 또 있을까. 에스파(aespa)는 저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내세우는 아이돌 틈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세계관을 자랑한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내세운 세계관은 낯설고 생소하지만, 에스파는 그 낯섦을 신선함으로 바꿨다. 화려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허무하게 만들지 않는 탄탄한 실력이 첫 번째 요인. 무궁무진한 에스파의 이야기가 저절로 궁금해진다.


지난 17일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의 새 싱글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 발매됐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데뷔곡 ‘블랙맘바(Black Mamba)’와 올해 2월 발표한 리메이크곡 ‘포에버(Forever) (약속)’ 이후 세 번째 곡이다. ‘블랙맘바’에 이어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에스파의 세계관을 담은 곡으로, ‘블랙맘바’는 아바타 ‘아이(ae)’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블랙맘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모험을 세계관 스토리로 담아냈다면, ‘넥스트 레벨’은 블랙맘바를 찾기 위해 ‘광야(KWANGYA)’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세계관 스토리를 담았다.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 (Fast & Furious: Hobbs & Shaw)’의 OST ‘넥스트 레벨’을 에스파만의 색깔로 리메이크한 이 곡은 그루비한 랩과 에너지 넘치는 베이스리프가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으로, 버라이어티한 곡 진행이 돋보인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반복되다가 다른 곡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환되고, 또 한 번 분위기가 바뀌며 여러 곡을 들은 착각이 들게 한다. 귀에 박히는 강렬한 보컬부터 그루비한 랩까지 모든 게 어우러져 분위기 전환이 어색하지 않다. SM 대표 프로듀서 유영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해 SM 특유의 실험 정신이 강조됐다.


에스파의 신비로운 세계관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 다채로워진다. 퍼포먼스 위주로 흘러가지만 중간중간 광야로 떠나는 멤버들의 모습이 비춰진다. 미지의 공간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날아다니는 멤버들의 모습과 시공간이 멈추는 장면 등은 고차원의 세계에 있는 것을 표현한다. 춤추는 멤버들의 모습이 아바타의 모습과 교차되는 장면은 압권이다. 여기에 현실 속 멤버 3명과 아바타 멤버 1명이 함께 춤추는 모습은 에스파의 세계관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 사진=에스파 'Next Level' 뮤직비디오 캡처

데뷔곡부터 강렬한 퍼포먼스로 눈도장을 찍은 에스파는 ‘넥스트 레벨’에서는 여유로움을 가미했다. ‘블랙맘바’에서 다리를 찢으면서 바닥을 활용하는 고난도 안무로 포인트를 줬다면, ‘넥스트 레벨’에서는 팔을 ㄷ(디귿)자로 만드는 가벼운 포인트만 줬다.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는 시점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무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하지 않다. 리듬에 맞춘 시크한 안무는 카리스마가 물씬 풍긴다. 댄서 없이 에스파 멤버만으로 이뤄진 퍼포먼스 영상은 4명만으로도 무대 꽉 채워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에스파의 세계관은 단순히 그룹명을 설명하기 위한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에스파는 스스로 “우리는 8인조”라고 할 정도로, 모든 활동이 세계관으로 통한다. 세계관을 스토리로 풀어내 곡을 차례대로 발표하고 있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공개하며 세계관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10분 분량의 SMCU(SM Culture Universe) 영상은 에스파의 세계관을 더 상세하게 풀어내,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영화의 시리즈처럼 윤곽을 잡는데 힘을 보탰다. 아울러 에스파는 아바타인 아이 에스파와 함께하는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해 흥미를 돋우고 있다.


에스파의 이런 신선함은 이미 데뷔곡에서 통했다. 이미 많은 K팝 그룹들의 세계관에 익숙해진 K팝 팬들 또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계관과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에 호기심을 보였다. 에스파는 미지의 존재인 블랙맘바를 내세우고, 그에 맞는 신비롭고 강렬한 사운드, 파워풀한 퍼포먼스 등으로 이목 이끌며 음악방송 1위, 역대 K팝 그룹 데뷔곡 뮤직비디오 사상 최다 1억뷰 등 신인이 쉽게 거둘 수 없는 성적을 받았다.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넥스트 레벨’은 ‘블랙맘바’의 후속작이라는 기대에 부응,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3일 10시간 20분 만에 유튜브 조회수 5,000만 뷰를 돌파(23일 오전 4시 20분 기준), 공개 5일 23시간 20분 만에 5,000만 뷰를 돌파했던 데뷔곡 ‘블랙맘바’의 기록을 단번에 깼다. 음원은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벅스 등에서 1위에 오르고,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전 세계 26개 지역 TOP 10에 올랐다. 발매된 지 나흘이 지난 시점(21일 기준)에도 음원 차트에서 쟁쟁한 음원 강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멜론 24Hits을 비롯한 지니뮤직, 벅스에서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데뷔곡에 이어 단 시간에 또 하나의 대표곡을 만들게 된 에스파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를 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앞으로 펼칠 세계관의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이다. 에스파는 희망하는 수식어 또한 철저한 세계관으로 이뤄져 있었다.


“‘괴물 신인’, ‘글로벌 슈퍼 루키’ 같은 수식어로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우리가 더 상장하고 발전하면 우리의 세계관과 이어진 ‘광야 대스타’로 불리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기록이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다음 이야기도 계속 펼쳐질 테니 지켜봐 주세요."(17일 진행된 '넥스트 레벨'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