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며 “죽비를 맞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정부의 인식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주택 담보 대출 규제 완화 논의인데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최대 90%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등 여러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여당 내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매체 ‘집슐랭’에서는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을 만나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음은 집슐랭 기자와 김 소장의 문답입니다.
△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부동산 관련 발언의 의미는 무엇인가
▲ 문 대통령이 4주년 기자 회견에서 “재보궐 선거에서 죽비를 맞았다, 죽비를 맞아서 정신이 번쩍 들어서 부동산 실패에 대한 민심이 이렇구나를 확인했다”고 표현했죠. 이건 표심의 결과적인 수치만 바라본 것입니다. 실패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정책이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나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더라도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4년 동안 집값 올랐는데 변명할 여지가 없죠.
그렇지만 정책 기조의 변화는 없을 겁니다. 이미 대통령께서 4주년 특별회견에서 기조 변화는 없다고 말씀을 하셨잖아요. 부동산 실패를 진짜 인정한다면 바로잡기 위해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하는데, 정책의 수정은 없으니까 시장에선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죠.
실질적으로 현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대선 기간을 따져보면 벌써 5월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11월쯤 되면 이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기 때문에 레임덕 상태가 될 수밖에 없죠. 대통령이 일관성이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6개월 남짓 = 밖에 시간이 없는데 , 이제 와서 정책의 기조를 바꾼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죠. 바꾼다 하더라도 이번 회견을 보면 아직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진짜 문제가 뭔지, 부동산 집값을 왜 잡지 못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원인 분석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정부 여당 내에서도 지금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죠. 재산세에 관해서는 완화하기로 어느 정도 협의를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손보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아직 이 두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아직 교통정리가 안 된 상황입니다. 물론 이번에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고는 하죠.
△ 대출 규제를 풀어주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 실질적으로 6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실패를 인정하고, ‘대출 풀어줄 테니까 집사’라는 시그널은 제가 볼 때는 굉장히 무책임하고요. 그 내면에는 뭐가 깔려 있냐면 ‘우리 이제 집값 못 잡을 것 같아. 원상 회복 못 시켜주고. 집값 못 잡을 테니까 사고 싶은 사람은 지금 사. 돈이 없어? 돈이 없으면 우리가 대출 좀 풀어줄 테니까. 사’라는 뜻이거든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나왔잖아요. 표가 떨어지니까 어떻게든 집을 사지 못한 20대, 30대들을 달래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집값을 잡아줘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대통령이 지금 당장 집값을 잡을 자신이 없는 거죠.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대출만 풀어준다고 해서 안정 효과는 굉장히 기대하기 어렵죠.
제가 가장 걱정스러운 건 대출을 지금 최대 90% 까지는 늘려준다고 하는 겁니다. LTV를 70%까지 완화해주고 장기 거주할 경우 90%까지 된다고 한다는데 굉장히 위험합니다. 2008년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떠올려봐야 해요. 주택 구매력이 되지 않는 소득이 낮은 분들한테 과도한 대출을 해줌으로써 주택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거란 말이예요.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면 이제는 집값 상승 초기가 아니에요. 2017년 정도만 하더라도 괜찮았죠. 2017년 수준이라면 정부가 사라고 해도 되는데, 지금 서울 집값이 7년 연속으로 상승한 상황이에요. 또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보면 이미 상당한 수준이에요. 제가 볼 때는 이제 버블 수준으로 들어갔단 말이에요. 현재 집값이 버블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거든요.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집을 ‘대출 받아서 너희들이 떠안아라’ 저는 폭탄 떠넘기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대통령이 이번에 집값 정책 실패 인정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대책을 제시한 것에는 두 가지가 깔려 있어요. 하나는 정부가 집값을 못 잡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부가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죠.
90% 대출을 해줬는데 집값이 떨어지게 되면 그 폭탄을 젊은 세대가 떠안게 되는 건데 감당이 안 되잖아요. 금리도 한 두 배 이상 오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3년이 지나면 가계 부채 폭탄은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을 넘어서 우리나라 경제 전반적으로 미칠 수 있거든요. 저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더라도 절대 70%를 넘으면 안 되고요. 저는 한 60~70% 정도 수준에서 하는 게 정상이거든요. 안타까운 얘기지만 집값의 10% 수준의 자기 자본을 가지고 90%를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건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이거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거든요
모든 투자는 리스크가 없을 수는 없어요. 부동산이 아무리 안정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리스크는 수반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30대를 예를 들어서 본다면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50년 이상 남았는데, 90%의 대출을 받아서 리스크를 끌어안고 사는 건 너무 위험하죠. 요즘 투자를 한 70세까지는 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본다면 앞으로 40년을 투자를 더 해야 되는 그런 세대들이 지금 폭탄을 떠안는 겁니다. 물론 집값이 계속 올라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혹시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어떡할 거냐는 거죠.
부동산 투자가 무서운 건 한 번 잘못 꼬여버리게 되면 10년 후에 올 기회도 잡지 못하는 그런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대출 규제를 90%까지 풀어준다는 건 표를 얻기 위해서 정치권이 무책임한 발상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거잖아요.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 한국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는 함께 생각을 해야 합니다. 현재 금리가 상승 기조로 갈 것이냐 추가 하락으로 갈 것이냐 본다면 상승으로 갈 수밖에는 없죠. 제로금리 상황에서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코로나 시즌2, 3 정도의 최악의 상황일 때나 가능한 얘기죠. 지금은 제로금리에서 금리가 올라갈 일만 남았단 말이에요.
저 역시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봐요. 우리가 저금리의 샴페인을 너무 오래 마셔서 저금리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제로 금리가 비정상입니다.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저금리 상황이 됐잖아요. 만약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기준금리가 3% 이상 됐을 거예요. 미국이 2016년도쯤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면서 낸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2020년까지 기준금리를 3%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었거든요. 현재 상황은 코로나19 탓에 산소호흡기를 한 번 더 달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미국도 산소호흡기를 뗄 때가 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우리가 단독으로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절대 할 수 없죠. 자금 유출이 발생하거든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1% 포인트 이상 벌어져 버리면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외국 투자 자본이 우리나라에서 투자금을 회수해 갈 때 달러로 환전을 해야 하는데,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하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1% 포인트입니다. 그 이상이 된다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죠.
향후 3년을 예측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여름엔 미국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실업률만 개선된다면 미국은 바로 기준금리를 올릴 거예요.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 말 정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를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2.5% 수준으로 따라가야겠죠. 지금 한국의 기준금리 0.5% 입니다. 향후 3년 동안 대출 금리가 2% 포인트 정도 오를 수 있다는 거죠. 지금 대출금리가 2% 중반 대이고, 상가 같은 경우는 3%가 이상, 주택의 경우 3%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물론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는 있겠죠. 그렇다면 3년 후에는 대출 금리가 4~5% 수준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2%포인트 정도 더 올라간다고 보면 4% 중반대 5% 정도까지 오른다고 봐야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지금 2억 원을 대출이자 3%, 20년 만기로 빌리면 이자가 월 40~50만 원 정도 나오죠. 그게 금리가 인상되면 월 100만 원이 된다는 얘기거든요. 거기다 원리금도 같이 내야 하죠. 원리금은 물론 갚아야 될 돈이지만 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요즘 2억 대출을 우습게 보잖아요. 집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까 4억, 5억 대출 받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5억 정도 대출 받은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버리면 한 달에 한 300만 원 정도 이자를 내야 하는 겁니다. 아무리 대기업을 다닌다 하더라도 그 정도 이자를 내면서 버티기가 쉽지는 않겠죠. 게다가 한번 금리가 상승 기조로 전환되고 나면 하루 아침에 다시 떨어트리지는 못합니다. 3년~5년 정도는 올리겠죠.
문제는 이 금리 인상 시기가 집값 하락 시기와 맞물리게 될 거라는 겁니다. 왜 맞물리냐 하면 첫번째, 집값과 금리는 반비례합니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면 당연히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주택을 구매하지 못하겠죠. 또 두 번째는 2025년 이후가 되면 지금 발표한 여러 공급 계획들에 따른 주택이 실제로 공급이 될 거예요. 물론 지금 계획의 전부를 공급하진 못하겠지만 그 중 일부만 진행이 돼도 공급 폭탄 수준이거든요. 3기 신도시 입주도 앞두고 있는데, 3기 신도시 분양과 함께 집값이 떨어질 거예요.
금리 상승과 공급 폭탄이 맞물리면 2025년 이후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우려가 됩니다. 부동산 하락장에 높은 이자를 내면서 버티는 것이 굉장히 어렵거든요. 월 이자 200~300만원을 1년 정도는 내면서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장이나 금리 상승 기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패닉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락세가 3년 정도 지나면 2012년 같은 상황이 오겠죠.
/정현정 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