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차 인프라 투자 계획의 의회 통과를 위해 6,000억 달러(약 676조 5,000억 원)를 삭감한 새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금액이 많다”는 입장이라 조율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22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백악관은 공화당 상원에 향후 10년간 1조 7,000억 달러를 쓰는 새로운 인프라 투자 계획안을 보냈다. 백악관은 교육과 보육 시설에 지원하는 1조 8,000억 달러짜리 2차 인프라 투자 계획에 앞서 도로·교량·항만 등에 투자하는 2조 3,000억 달러짜리 1차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투자 규모를 줄인 것은 1차 안으로 26% 삭감했다. 백악관은 공화당에 보낸 새 제안에서 “더 많은 초당적 협력과 협상 진전을 기대한다”며 “합의점을 찾기 위해 합리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우선 백악관은 중소기업의 공급망 지원을 위한 예산을 다른 법안으로 옮기기로 했다. 교외 지역 광대역 통신망 지원 사업 규모는 1,0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줄이고 도로와 교량,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 지원금도 1,590억 달러에서 1,200억 달러로 깎는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마저도 반대했다. 현재 공화당은 도로·교량 같은 좁은 의미의 사회간접시설로만 국한한 5,68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을 대안으로 내놓은 상태다. CNBC는 “양당 간 견해 차이는 ‘인프라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와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느냐’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실제 4,000억 달러 규모의 재택과 지역 기반 노인 요양 서비스 지원이 주요 이슈 중 하나다. 공화당은 이것이 전통적 의미의 인프라와 연관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백악관은 이 항목을 한 푼도 깎지 않았다. 공화당에서 인프라 협상을 주도하는 셸리 무어 캐피토 의원(웨스트버지니아)의 한 측근은 “(백악관의 새 제안 역시) 공화당의 지지를 받아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며 “(최근 협상 뒤에도) 양당 간 견해 차이가 더 확대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법인세 인상 여부가 협상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상이 포함된 인프라 투자 계획에는 공화당 의원이 모두 반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것도 공화당이 대규모 정부 지출을 반대하는 이유다. CNBC는 “공화당 입장에서 볼 때 레드라인은 법인세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