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안에서 죽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물오른 경기력에 강한 투지로 무장한 박민지(23·NH투자증권)는 난공불락이었다. 초반 50%의 승률을 기록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세’임을 입증한 그가 몇 개의 트로피를 더 수집할 것인지가 이번 시즌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민지가 ‘매치 퀸’ 타이틀을 거머쥐며 시즌 3승 고지에 올랐다. 박민지는 23일 강원 춘천의 라데나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 상금 8억 원) 결승에서 박주영(31)을 3홀 차로 물리치고 우승 상금 2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주 NH 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제패에 이은 2주 연속 우승이자 지난달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를 포함해 시즌 3승째. 이로써 이번 시즌 열린 6개 대회 우승컵의 절반을 쓸어담은 박민지는 상금 랭킹 1위(4억 8,604만 원)를 굳게 지켰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박현경(21)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선 그는 통산 승수를 7승으로 늘렸다. 박민지는 타수 합계를 따지는 스트로크플레이는 물론,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 1 대 1 대결인 매치플레이에서도 7전승으로 정상에 오르며 절대강자의 위용을 뽐냈다.
이날 결승전은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6전승을 거둔 두 선수의 대결인 만큼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박민지가 달아나면 박주영이 따라가는 양상이 이어졌다.
박민지가 먼저 2번 홀(파5) 2m 버디로 '장군'을 부르자 이어진 3번 홀(파3)에서는 박주영이 비슷한 거리의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멍군’을 외쳤다. 박민지가 5번 홀(파4) 1m 버디와 7번 홀(파3) 중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해 2홀 차로 달아났지만 생애 첫 우승이 절실한 박주영도 만만치 않았다. 10번 홀(파4) 버디를 잡아 1홀 차로 따라붙은 박주영은 12번 홀(파5)에서 홀 1m에 붙이는 환상적인 그린 주변 벙커 샷을 버디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박민지와 박주영은 각각 13번(파3)과 14번 홀(파4)을 이겨 평행선을 달렸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는 박민지가 15번 홀(파4) 중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박주영은 끈질긴 추격에도 박민지가 잡힐 듯 잡히지 않자 체력과 집중력에도 한계가 온 듯, 16번 홀(파3)에서 첫 번째 퍼트를 너무 강하게 한 탓에 3퍼트 보기를 범하면서 2홀 차로 떨어졌다. 승기를 잡은 박민지는 비기기만 해도 승부를 끝낼 수 있었던 17번 홀(파4)을 1m 버디로 따내며 우승을 자축했다. 결과는 3&1(1홀 남기고 3홀 우세)였다.
박민지는 경기 후 “이번 대회를 시작하면서 7경기를 이기면 우승한다는 생각으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경기를 했다. 코스 안에서 죽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시즌 3승을 목표로 잡았던 그는 “올해 목표를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빨리 이뤘기 때문에 새 목표를 정해야 하게 됐다. 상반기 끝나기 전에 1승 더 하는 걸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2010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박주영은 통산 228번째 출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노렸지만 정상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다. 미국 무대에서 뛰는 박희영의 동생인 그는 6번 홀(파5) 1.5m 버디 기회를 놓친 것과 16번 홀 3퍼트 실수가 뼈아팠다.
이날 앞서 준결승에서 박민지에 패한 지한솔은 3위 결정전에서 정연주를 2&1으로 이겼다. 이 대회 결승에만 올라도 통산 상금 50억원을 넘어설 수 있었던 장하나는 전날 16강전에서 배소현에게 져 신기록 작성을 다음 대회로 미뤘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