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들어 거래된 경기·인천 아파트 5가구 가운데 1가구 꼴로 공시가 1억 원 미만(실거래가 1억 5,0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공시가 1억 이하 주택 매입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7·10 대책’으로 세금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취득세 중과에서 벗어난 공시가 1억 원 미만 주택의 풍선효과가 다시 나타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들 거래 대다수가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 투자’인 가운데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 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은 사례까지 나오기도 했다. 주택 매입에 돈 한 푼 안 들인 ‘무갭투자’가 다시 살아 나고 있는 것이다.
◇ 취득세 강화 역효과…다시 살아난 공시가 1억 주택 매입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20일까지 등록된 경기도 아파트 거래 총 4,448건 가운데 거래액 1억 5,000만 원 미만 아파트 거래가 835건으로 전체 거래 비중의 18.8%를 차지했다. 전체 거래 5건 가운데 1건은 저가 아파트 거래인 것이다. 이들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이 공시가 1억 원 이하 주택이다,
경기도 내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 1억 5,000만 원 미만 아파트 거래는 전체 거래의 11.3%에 불과했으나 2월 12.2%, 3월 14.0%, 4월 16.2%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거래량 또한 경기도 전체적으로는 감소하는 가운데 안성·여주 등 외곽 지역에서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천에서도 20일까지 등록된 5월 거래(1,098건) 가운데 20.1%인 221건이 거래액 1억 5,000만 원 미만 거래였다. 1월에는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15.2%였으나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6개월 새 전국에서 갭투자 매매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는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있는 ‘배방삼정그린코아(62건)’로 나타났다. 현재 아산시는 비규제지역이다. 역시 비규제지역인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 ‘단구1단지’ 전용 47.01㎡ 매매가는 이달 1일 처음으로 1억 2,000만 원을 찍은 데 이어, 같은 달 4일 같은 층이 1억 2,300만원까지 오름폭을 확대했다.
이 같은 저가 아파트 거래 증가 배경에는 정부의 취득세 규제가 한몫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세 세율을 최고 12%까지 인상했다. 하지만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의 저가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수도권 외곽 또는 지방의 저가 주택으로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갭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전세가>집값…다시 살아난 ‘무갭투자’=문제는 이 같은 거래 대다수가 실수요 거래보다는 세입자를 끼고 매입하는 ‘갭 투자’ 라는 점이다. 특히 저가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이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 간 차이가 없다. 심지어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보다 1,000만원 이상 높은 경우 또한 상당하다.
평택시 안중읍 ‘늘푸른’ 아파트 전용 59.87㎡. 해당 평형은 지난달 5일 1억 1,851만 원에 매매됐다. 하지만 같은 달 24일 1억 3,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매매가보다 1,149만 원 비싼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같은 평형의 또 다른 매물은 지난달 8일 1억 1,500만원에 매매됐지만 9일에는 1억 2,500만 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역시 매매가가 1,000만원 가량 더 저렴하다. 인천 계양구 ‘도두리마을동남’ 전용 59.52㎡는 지난 3월 2억 2,300만 원에 매매됐지만 4월 2억 3,5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매매가보다 1,200만 원 비싼 가격에 세입자를 구한 것이다.
지방에서도 이 같은 ‘무 갭투자’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 ‘인의시영’ 전용 51.66㎡는 지난 3월 5,000만 원에 매매 거래됐지만 지난 13일 전세 보증금 6,200만 원에 계약됐다. 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이 1,200만원 더 높다. 충남 아산에서도 1억 3,300만 원에 거래된 ‘주은아파트’ 전용 59.52㎡가 보증금 1억 4,0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이 같은 ‘무갭투자’ 주택에 입주하는 세입자들의 경우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크다. 아파트 가격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만큼 주택을 처분해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