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서 TSMC와 한판 승부…LG·SK, 15조 배터리 투자

■韓기업, 美에 44조원 투자 보따리
삼성, 19조 들여 파운드리 라인 추가 증설
SK하이닉스, 실리콘밸리에 AI·R&D센터
LG엔솔·SK이노, 美1·2위 완성차와 협업
현대차는 8조 투입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과 함께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4대 그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44조 원(394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자국 내 투자를 압박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화답함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의 대미 투자로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전기차 시장에서도 지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21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국내 기업들은 44조 원대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 보따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역시 반도체와 배터리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체 대미 투자 규모의 절반에 육박하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라인 추가 증설을 추진해왔으며 이미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이 가장 유력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인센티브 협상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파운드리 라인은 5㎚(나노·1㎚는 10억분의 1m) 극자외선(EUV) 기반 공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해외에 5나노 공정의 초미세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오스틴 공장은 현재 1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국내 평택 공장 P2 라인이 올해 양산을 시작하고 P3 라인이 내년에 완공되면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TSMC를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의 절대 강자인 TSMC는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를 투자해 5나노 공장을 더 짓기로 했고 3나노 이하 공장 설립 방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과 낸드 솔루션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의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해당 연구센터와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도 반도체 못지않은 투자 금액을 푼다. 청와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신규 투자 금액은 약 140억 달러에 달한다. 두 회사는 각각 미국 완성차 1·2위 업체인 제네럴모터스(GM)·포드와 손잡으면서 미국을 발판으로 K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GM과 손잡고 총 2조 7,000억 원(LG 투자금 1조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 공장을 테네시주에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에 오는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2곳의 독자 배터리 공장도 세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사와 반반씩 투자해 총 6조 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한다. 이는 단순 민간 기업 간 협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4대 품목(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공급망 강화에 우리 기업이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서 3조 원을 투자해 배터리 1·2공장을 건설·가동하고 있는데 비슷한 규모의 3·4공장 추가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셀 공장이 늘어나게 되면 핵심 소재 공장의 동반 진출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2년여를 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해결되고 곧바로 현지 투자로 이어지며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중국 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우리 기업이 선점하며 1위 업체인 중국의 CATL을 위협할 수 있게 됐다.


현대자동차도 2025년까지 총 74억 달러(약 8조 1,417억 원)를 투입해 미국 전기차 시장과 신기술 확보에 적극 대응한다. 전기차 생산 설비와 수소·도심항공교통(UAM)·로보틱스·자율주행 등이 타깃이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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