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트위터를 통해 법정통화와 가상화폐의 경쟁에서 가상화폐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인 도지코인 구매를 권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이미지를 게시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가 '도지코인 띄우기'를 이어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충분히 발달한 마법은 기술과 구별할 수 없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영국 과학소설 작가 아서 C. 클라크가 남긴 '과학 3법칙' 가운데 하나인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를 뒤집은 것이다. 머스크가 어떤 의도로 이런 트윗을 남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머스크가 이같은 내용의 트윗을 게시하자 한 트위터 사용자는 “가상화폐 때문에 당신에게 화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머스크는 “진짜 싸움은 법정통화와 가상화폐 사이에서 벌어지며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라고 답했다. 그가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가상화폐를 지지한다고 밝혀 '유체이탈식 답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의 트윗이 올라온 후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한국시간 23일 오후 4시 현재 약 3만6,669달러(약 4,134만원)로 24시간 전보다 1%가량 상승했다.
머스크는 법정통화와 가상화폐 중 가상화폐를 지지한다는 트윗을 올리고 약 12시간 후에 도지코인을 사라고 권유하는 듯한 이미지를 게시했다. 성화(聖化)를 패러디한 이 이미지에는 '개를 가진 낯선 이'라는 설명이 붙은 예수처럼 보이는 인물이 한 손에 개를 안고 서 있고 그 앞엔 '나'라는 설명이 적힌 여성이 세례를 받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여성은 예수처럼 보이는 인물의 심장 쪽에서 나오는 광선을 받고 있는데 광선에는 '네가 원하면 이 개를 반려동물로 기를 수 있다'고 쓰여있다. 머스크가 올린 이미지는 시바견이 마스코트인 도지코인을 구매하라고 권하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미지 속 개는 시바견이 아닌 골든레트리버다.
'가상화폐 광풍'을 주도한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에 정제되지 않은 내용의 트윗을 여러 번 올리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 12일 트위터에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중단한다는 깜짝 발표를 내놓으며 비트코인 가격을 10% 이상 급락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 과정의 '전력 낭비'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연산 작업을 수행해 비트코인을 얻는 소위 '채굴' 과정에서 전력이 많이 소모돼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던 터라 '뜬금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트코인은 1세대 가상화폐로 채굴에 상대적으로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에는 연간 116Twh(테라와트시)가 소모될 것으로 추산된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때리기'와 함께 '도지코인 띄우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15일엔 트위터에서 도지코인이 거래의 속도나 규모 면에서 비트코인에 견줘 10배 낫고 수수료도 100배 저렴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일에는 1달러 지폐에 도지코인 마스코트인 시바견이 그려진 이미지를 올렸다. 이러한 행동은 머스크가 도지코인 1개당 가격이 1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본다는 해석을 낳으며 도지코인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총량이 정해져 있고 현재 90% 이상 채굴돼 머스크가 시장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가 비트코인을 때리고 도지코인을 띄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머스크는 16일 "비트코인은 사실 고도로 중앙집중화돼 있고 몇 안 되는 거대 채굴 회사들이 지배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