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 Q&A]파멥신 연구소장“전임상 통해 황반변성 게임체인저 가능성 확인”

황반변성 치료 새로운 접근법…기존 약물은 인위적 억제, PMC-403은 활성?촉진제


최근 항암 트렌드 인체 면역시스템 이용…주기적 투약 없어도 스스로 고치고 유지돼


20여년 만에 10조 황반변성 치료시장 혁신…내년 임상 1상 진입



[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1928년 워싱턴에 설립돼 전 세계 75개국에 1만2,000여명의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안과학회ARVO(The Association for Research in Vision and Ophthalmology)가 최근 연례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압타바이오, 파멥신(208340) 등 주요 기업들이 이번 학회에 다수 참가했으며, 국내 연구진들이 젊은 과학자상과 학술상 등을 수상하면서 K-바이오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자리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혁신을 무기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보여준 바이오벤처 파멥신도 그 중 하나다. 항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이원섭 연구소장을 통해 치료제 개발 현황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이메일로 진행됐다.



Q. 간단한 회사 소개를 부탁 드린다.


A. 2008년 설립돼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파멥신은 항체 치료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바이오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다. 완전 인간 비면역 scFv 파아지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완전인간 항체 개발기술과 차세대 이중표적항체 원천기술 등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종양 신생혈관 치료제, 비종양 혈관질환 치료제, 면역항암제, 황반변성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Q, 최근 개최된ARVO 2021 포스터 발표를 통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황반변성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PMC-403)에 대한 동물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기존 치료제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통해 유효한 데이터가 도출되면서 학계의 관심을 받게 됐다. 특히, 기존 치료제의 한계인 ‘황반변성이 악화되는 것을 제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체의 자율조절 시스템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 즉 혈관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Q. 황반변성이란 어떤 질환인가?


A. 황반변성은 안구 뒤 망막 한가운데에 초점이 모이는 부분인 황반(macula)의 시세포가 감소하고 점진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이다. 망막은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초기에는 망막 아래 노폐물이 침착돼 시력 저하가 나타나지만, 후기에는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신생혈관이 황반내에 시세포를 파괴해 시력을 잃게 만든다.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증과 함께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형태에 따라 건성과 습성으로 나눌 수 있다. 후기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이 습성에 해당된다. 습성 황반변성이 발생하는 매커니즘을 살펴보면, 황반 아래 맥락막에서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신생혈관이 황반 쪽으로 자라서 들어오는데 신생혈관의 경우 혈관벽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터져서 출혈을 일으키거나 혈장, 지질 성분 등을 혈관 밖으로 누출시키게 된다. 이렇게 누출된 성분이 황반 부종과 융기 등을 유발시켜 시력 저하와 실명 등을 유발한다.



Q. 치료제는 없는가?


A. 황반변성의 진행속도를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완치시키는 치료제는 아직까지 개발된 게 없다. 과거에는 레이저로 신생혈관을 직접 파괴하는 레이저 광응고술이 사용돼 왔는데, 시력저하 문제와 환자 수 급증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시행되고 있다. 2004년FDA에서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anti-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치료제가 승인돼 현재 널리 쓰이면서11조 가량의 치료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VEGF 계열 치료제는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일종의 차단제로 월1회 주기적인 안구주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높고, 안구투여가 중단되면 황반변성이 다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근원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Q. 기존 치료제와 PMC-403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접근 방법 자체가 다르다. 황반변성은 신생혈관이 터져 누수된 혈액과 노폐물이 시세포를 파괴해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는 약물주입으로 신생혈관 생성을 인위적으로 억제한다. 반면, 파멥신이 자체 개발한 항체 후보물질인 PMC-403은 혈관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Tie2)을 활성화시킨다. 이를 통해 PMC-403은 혈관 정상화를 유도하고 신생혈관의 누수를 막는 것을 돕는다.



Q. 어떤 실험이 진행됐나?


A. 물질의 기전을 확인하기 위한 세포수준 실험과 마우스, 영장류를 대상으로 치료 효능을 확인하는 비임상 실험이 진행되었다. 세포수준 실험에서PMC-403은Tie2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을 확인하였다.



황반변성은 황반과 맥락막 사이의 문제다. 맥락막은 안구 뒷편에 위치한 흑갈색의 얇은 막이다. 혈관과 색소세포가 많아 빛을 차단해 안구의 어둠 상자를 만들며 안구의 영양 공급을 담당한다. 근데, 망막과 맥락막 사이에 찌꺼기가 끼거나 혈액공급이 방해를 받으면 맥락막은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망막을 살리려고 하는데 신생혈관이 터져 황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맥락막 혈관 정상화가 황반변성의 근원적인 치료라는 판단에서 PMC-403의 실험 환경을 구축했고, 전임상 실험에서는PMC-403의 ▲망막혈관 누수 완화 ▲손상된 시신경 반응도 개선 ▲신생혈관 인자 감소 등을 점검했다.



Q. 마우스 대상 비임상 실험결과는 어떠한가?


A. 레이저로 망막에 구멍을 만들면 맥락막에서 신생혈관이 생성되면서 조직내 림프액 등 액체가 고여 부종이 생긴다. 이러한 망막에 PMC-403을 투여하고 기존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유사한 수준의 부종 완화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황반변성 치료의 최종적인 목표는 시력회복이다. 시신경 개선도 확인을 위해서는 망막전위도(ERG, Electroretinogram) 검사가 많이 사용된다. 외부에서 빛을 쏘았을 때 시신경세포가 어느 정도 반응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며, B-wave, OS2 등의 지표를 통해 진단한다. 정상 안구의 B-wave 수치 대비, 황반변성 안구의 B-wave 수치는 현저히 낮다. PMC-403의 B-wave 수치는 기존 치료제 보다 높고 정상 안구 수준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Q. 영장류 실험결과는 어떠한가?


A. 맥락막이 손상된 원숭이 안구를 대상으로 최장 6주간 실험을 했다. 기존 치료제는 빠른 효과를 보이면서 혈관 누수완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는 다이어트에서 일종의 요요현상처럼 신생혈관이 다시 발현되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나 약효 지속에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MC-403은 투여 시 혈관누수의 감소가 점진적이고 지속성 있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혈관누수 완화가 얼마나 지속성이 있는지에 대한 실험은 현재 준비 중이다.



영장류 실험에서는 시신경 반응도를 나타내는B-wave와 시신경에서 뇌로 신호가 전달되는OS2 실험을 병행했다. PMC-403이 기존 치료제 보다 우수한 시신경 개선효과를 보였다. 특히, OS2 수치는 비교 약물보다 뚜렷하게 높은 수치가 확인됐다.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Anti-VEGF) 약물 보다는 높지 않지만PMC-403에서도 간접적으로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혈관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에 적용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Q. 비임상을 통해 확인된 것은 무엇인가?


A. 첫째로 기존 신생혈관형성 억제 치료제들과 달리PMC-403은 혈관을 정상화 시키는 기전으로도 기존 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의 혈관 누수 완화 효능을 보여 황반변성의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존 약물들에 낮은 반응률을 보이거나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도 치료효과를 제공하는 대체 약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두 기전을 융합하는 병용투여 시 더욱 우수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또한 PMC-403은 기존 약물 대비 더욱 우수한 시신경 개선 효능을 보여 기존 약물이 해결하지 못한 시신경 회복의 한계점을 넘어 손상된 시력을 복원시키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기존 약물은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일종의 블로커이기 때문에 투약이 중단될 경우, 이전과 같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PMC-403은 혈관 정상화를 유도하는 엑티베이터로 단백질 연쇄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한번 활성화되면 그 효과가 지속된다. 황반변성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Q.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A.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Anti-VEGF) 계열 약물은 안구 직접 주사 방법으로 1개월마다 투여해야 한다. 거부감과 공포감으로 인한 환자 순응도에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자회사와 점안제 형태의 약물 전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비임상 시험 전문업체 찰스 리버(Charles River)를 통해 PMC-403의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임상 실험에서 투여량을 늘리면서 수 주간 전신투여를 했을 때 독성이나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독성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PMC-403은 내년 독성시험이 끝나는 대로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PMC-403이 혈관 정상화를 유도하는 것이 확인된 만큼, 족부궤양과 당뇨관련 혈관이나 합병증 모세혈관 질환, 신장질환 등 혈관 이상과 관련된 질환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혈관 정상화를 통한 암질환 치료제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 파멥신 이원섭 상무: 파멥신 연구소장. KAIST 생화학 박사. Rosewell Park Cancer Institute (SUNY at Buffalo)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거쳐2008년 파멥신에 합류한 창립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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