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남북 정상 간 종전 선언 합의가 담긴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처리를 예고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과 ‘남북 협력 지지’ 등의 문구가 포함된 만큼 남북 접촉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신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판문점 선언이 비준 처리될 경우 대북 제재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대북 정책에서 최선의 내용, 최적의 결과가 나왔다”며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문제는 정부 측과 긴밀히 협의해가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관계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을 기초로 외교적 대화로 풀어가기로 합의했다”며 “한미 관계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전면적인 변화의 계기, 즉 전략적 변곡점에 들어선 것”이라고 자평했다.
여당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예고는 남북 협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 3항에 따라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은 종전 선언을 비롯해 완전한 비핵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 전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전환 등 다양한 남북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오는 6월 말 미국을 방문해 추가적인 남북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통일교육원에서 기자들에게 6월 방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그동안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척을 위해 가져왔던 비핵화, 평화 정착, 경제협력 등 종합적인 구상을 미국 측에 소상히 설명하고 미국 측의 이해를 더 많이 구할 수 있는 소통의 과정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에 남북 간 인도주의적 지원, 보건 의료와 기후 환경 분야 협력 등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이 국회에 비준될 경우 국제법과 국내법의 충돌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판문점 선언이 비준되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물자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그러나 국제법이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상황에서 국내법만 바뀌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이는 대북 제재 무력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7년부터 북한에 유류 공급 30% 차단,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