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이냐…6월에 윤곽 드러난다

문체부, 이건희 컬렉션 관련 미술관 신설
전문가위원회 구성해 6월께 확정 예정
국립근대미술관 등 다각도 검토 중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장한 문화재 및 미술품 2만3,000점의 기증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황 장관은 기증품에 대한 별도의 미술관이나 수장고 건립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서울경제DB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이 수집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한 미술관 신설 계획이 6월께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 측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한 미술관 신설 방침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향유하기를 바란 기증자의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 등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6월 안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유족은 지난달 28일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이에 문체부 측은 미술관 신설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기증 당일 기자회견에서 미술관 및 수장고 신설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고인과 유족의 훌륭한 뜻이 한국을 찾는 관광객과 많은 사람에게 공감되고 향유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증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부 회의에서 “(유족들이)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언급함으로써 미술관 건립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한편 부산을 비롯한 대구,진주,용인,여수 등 여러 지자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며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는 것도 정부가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미술관 신설 논의에 속도를 내게 한 요인 중 하나다. 문체부 측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이 자칫 여론 분열까지 조장하고 있어 기증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미술관 신설에 대한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청전 이상범이 1922년에 그린 158.6x390cm 크기의 대작 '무릉도원도'. 그간 소문으로만 존재가 알려졌던 작품이 100년 만에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됐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검토 중인 미술관이 ‘국립근대미술관’이 될지 ‘이건희 컬렉션’만 별도로 전시할 미술관이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술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있으나 국립근대미술관이 없는 우리 국립미술관의 기형적 구조를 타개하자며 지난달 29일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비위를 결성하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정부서울청사 등에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김종규 국민문화유산신탁 이사장과 신현웅 전 문화관광부 차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윤철규 전 서울옥션 대표, 최열 전 문화재전문위원,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 300여명이 참여한 주비위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작품(2,000여점)과 삼성가 기증 근대미술품(1,000여점) 등을 기반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고 그 안에 ‘이병철실’과 ‘이건희실’ 등을 두고 기증의 뜻을 기리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종로구 한국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발족식과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청동기 유물부터 근·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2만3,000여 점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이뤄져 있다. 박물관학(museology) 전문가들은 이 전체를 모아놓기 보다는 “컬렉션의 성격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분류해 소장할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드는 것이 소장품 연구나 국민적 향유 측면에서 적합할 것”이라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갈 지속 가능한 미술관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주장한 지자체 중 일부는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 후 컬렉션 전체를 유치하지 않더라도 지방 순회전이 가능한 전시관 혹은 미술관 제공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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