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이상기류에…'장외 대어' 몸값도 뚝뚝

지난주 K-OTC 거래대금 40% 급감
이달 카카오뱅크 -6%·크래프톤 -11%
SKIET 등 공모주 부진에 투심 위축
"가격 비싸 '따상'해도 돈벌기 쉽잖아"


공모주의 ‘따상(공모가의 2배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신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장외 주식시장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거래 대금이 눈에 띄게 줄고 예비 기업공개(IPO) 주자들의 몸값도 하락 중이다. 본질 가치를 크게 넘은 비상장 주식이 일부 있는 만큼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투자 전 철저한 확인과 정보 습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외 주식시장인 K-OTC의 5월 3주차(17~21일)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38억 9,000만 원으로 지난달 대비 38.8% 급감했다. 하반기 IPO를 앞둔 대어급 공모주도 움츠러들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장외 시가총액이 4대 금융지주를 합친 규모를 넘어서면서 고평가 논란을 야기했던 카카오뱅크의 지난 21일 기준가는 9만 7,000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5.8% 하락했다. 이달 기존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마친 크래프톤도 지난달 말보다 11.2% 떨어졌으며 현대엔지니어링(-5.8%), 야놀자(-9.7%), 빗썸코리아(-9.3%) 등도 고전 중이다.


공모 시장의 분위기 변화 기류가 감지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SK바이오팜(326030)의 대박 이후 공모주 배정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사전에 물량을 선점하려는 투자자들로 장외 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올 1월 13만 명에서 지난달 말 30만 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 출범한 서울거래소 비상장의 MAU도 4월 말 20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공모주의 부진을 계기로 따상을 공식처럼 여기던 분위기에 대한 신중론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는 상장 당일(11일) 시초가 대비 26.4% 급락 마감했고 이후에도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이날 14만 2,500원에 마감했다. 이달 상장한 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과 에이치피오(357230)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또한 비상장 주식의 가격이 과열 수준에 도달한 탓에 흥행에 성공해도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도 있다. 상장 전 2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던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따상에 성공했지만 최고 19만 원을 찍은 뒤 현재 16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공모주들이 반짝 급등한 뒤 내리막을 타는 모습이 반복된 와중에 최대 증거금을 모은 SKIET가 따상에 실패했다”며 “비상장 주식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이 축소되면서 과열에 대한 경계심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외 시장은 특출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대비가 부재한 투자자에는 ‘위기의 땅’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정보 비대칭 시장으로 공시가 없는 것은 물론 기관 등이 정보를 독점해 특히 개인에게 투자 장벽이 높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가장 최근에 이뤄진 기관투자가의 주당 투자 단가를 확인해 적정 가격을 가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해당 데이터가 없다면 상장된 동종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살피고 이후 여타 거래 플랫폼에서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소영주 장외주식연구소 소장은 “비상장 주식은 상장 프리미엄이 있어 상장 주식에서 기대할 수 없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동성이 부족해 환급성이 떨어지며 초보 투자자의 참여가 늘면서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너무 앞서가는 흐름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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