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 정비사업도 '래미안·힐스테이트' 단다…판 바뀌는 수주

<판 바뀌는 정비사업 수주>
사업성만 있으면 규모 안 따져
100여 가구 사업도 '빅4' 품에
시공능력 상위 6곳 모두 수주
리모델링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 전경.


# 현대건설이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소규모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총 건립 규모는 177가구로 200가구도 안 된다. 이뿐 아니다. 이 회사는 최근 120가구 규모의 용산 ‘한남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수주했다. 이들 단지에는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가 적용된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 곳이라면 앞으로도 꾸준히 소규모 정비 사업 수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 수주 판이 바뀌고 있다. 중소형 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초미니 정비 사업에 1군 초대형 건설사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 100여 가구 안팎의 단지에도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e편한세상’ 등 고급 브랜드가 적용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초미니 단지도 1군 브랜드=24일 서울경제가 조사한 결과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DL이앤씨·GS건설 등 상위 4개 건설사는 모두 올해 미니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 사업 수주전에 참여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덜 가져왔던 리모델링 수주전에도 포스코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 참여가 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올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두 개 대형 건설사가 참여해 시공권을 따냈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합정동 프로젝트 외에도 DL이앤씨는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 ‘용현3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따냈다. 용현3구역은 348가구(856억 원) 규모로 DL이앤씨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첫 사례다. 해당 단지는 ‘e편한세상’ 브랜드 아파트로 지어질 계획이다.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서울 강남구·용산구 등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용산구에서 시공권을 따낸 현대건설 외에도 삼성물산이 1월 강남구 도곡동 ‘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308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는 해당 단지의 건설 도급액은 915억 원이다. 새로운 단지명은 ‘래미안 레벤투스’가 될 예정이다.





◇리모델링은 춘추전국시대=리모델링 수주전은 춘추전국시대가 돼가고 있다. 시공 능력 기준 상위 6위권 내의 건설사 모두 올해 리모델링 사업 수주전에 참여해 시공자 선정이 확정되거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물산은 성동구와 강동구의 소규모 리모델링 단지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DL이앤씨는 군포시에서 사업을 수주했다. GS·포스코·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도 서울과 경기도에서 리모델링 사업권을 따냈다.


이 같은 수주전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등은 수익성이 담보되지만 안전 진단 등 변수가 많고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 소규모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사업은 준공 실적을 입찰 조건으로 내거는 조합이 많아 사업 규모가 작더라도 실적을 쌓기 위해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미니 사업에도 대형사들이 뛰어들면서 중소업체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며 “소규모 조합은 물론 지방에서도 이제는 대형사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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