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사업, 아주 작은 부분”…엔비디아, GPU 성능 의도적 축소

[글로벌 Who] 프로세서 3强 CEO의 칩 부족 ‘3색 대처’
“GPU 추격자 AMD에 고객 뺏길라” 젠슨 황 극약처방

/EPA연합뉴스

"(암호화폐 관련 사업은) 앞으로 우리 사업의 작은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2월 실적 발표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 채굴기에 프로세서를 판매하는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황 CEO의 발언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인 엔비디아의 우려가 묻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게임 수요 등이 폭발해 GPU 공급이 달리는 터에 암호화폐 광풍마저 일면서 GPU 수급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이 녹아 있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GPU의 여러 수요처 중 암호화폐로 급격히 쏠리게 되면 게임 소비자 등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특히 암호화폐의 거품이 꺼지면 그간 과도하게 부풀려진 채굴용 GPU 수요가 고스란히 이전 수요로 이전될 것으로 확신하기도 어렵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로 GPU 품절 사태가 계속되면서 엔비디아 충성 고객들이 엔비디아를 떠나 AMD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엔비디아는 올 3월 암호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인 CMP(Cryptocurrency Mining Processor)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사 그래픽카드인 RTX3080 등의 해시율(채굴 연산 능력)을 절반으로 낮추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CMP는 암호화폐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일반 GPU로 중고 판매하기 어렵다 보니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로서는 주력인 GPU 시장에서 AMD의 추격이 거세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9세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황 CEO는 오리건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각각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뒤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자로 일하다 1993년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다. 1999년에 GPU를 발명해 PC 게임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엔비디아를 최고 기업 중 하나로 키웠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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