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패션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토종 브랜드 한섬의 해외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해외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한섬은 올해 1분기 해외시장 홀세일(도매)에서 전년 대비 60% 성장하며 'K패션' 의 저력을 과시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올해 1~4월 해외 도매 매출이 1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섬과 수출 판매 계약을 맺은 업체 수는 2019년(42개) 보다 44% 증가한 60개로 집계됐다. 이 추세라면 한섬의 올해 홀세일 실적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섬의 해외 도매 매출은 전년 대비 78% 늘어난 198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해외 바이어들과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자 이를 비대면 방식으로 신속하게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한섬은 지난해 구축한 비대면 계약 시스템에는 증강현실(AR) 가상 쇼룸을 통해 해외 바이어가 한섬의 신규 컬렉션 제품을 360도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한섬은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오더 키트(Kit)’를 자체 제작해 전세계 20여 개국 바이어에게 우편을 통해 사전 발송했다. 이 키트에는 신규 컬렉션의 소재나 콘셉트 등을 담은 사진과 영상은 물론, 신상품에 사용된 메인 소재를 마스크로 제작해 함께 보냈다. 한섬 관계자는 "해외 도매 매출은 목표의 30% 이상을 초과 달성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쇼룸 운영을 통한 대면 계약이 어려워지면서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손쉽게 접근 가능한 온라인 시스템으로 발빠르게 전환했고, 그 결과 신규 업체들과의 계약 성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도 해외 실적 증가에 한 몫을 했다. 한섬은 매 시즌 판매 데이터와 현지 바이어들의 의견을 수렴해 소위 잘 팔리는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했다. 실제로 시스템·시스템옴므의 경우 지난 2019년 첫 파리 패션위크 참가 이후 트렌치코트와 니트, 팬츠 등 주요 제품의 리오더가 꾸준히 늘자 한섬 은 관련 상품군의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시스템·시스템옴므의 매 시즌 계약 물량이 30% 이상 늘어났다.
이밖에 한섬은 해외 고객의 요구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고안하기 위해 ‘글로벌 크레이티브 디렉터(GCD)’ 제도를 도입해 지난 1월 시스템·시스템옴므의 해외 컬렉션용 ‘글로벌 에디션’인 ‘시스템 스튜디오’도 선보이기도 했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