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사기로 드러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원금 전액을 돌려준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대신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을 상대로 3,000억 원대 구상권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과 예탁원은 “공동 책임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양측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25일 NH투자증권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 펀드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100% 원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831명의 투자자에게 총 2,780억 원이 지급된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1,779억 원을 선지급한 바 있다. 개별 고객과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투자 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보상 대상에는 34명의 법인 및 개인 전문 투자자(1,143억 원)와 운용사를 통해 가입한 6곳(404억 원)은 빠졌다.
NH투자증권은 원금을 돌려주는 대신 수익증권과 모든 권리를 양수하는 ‘사적 합의’를 맺는다.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NH투자증권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하나은행과 예탁원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박상호 NH투자증권 상무는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하면 책임 있는 주체들에 대해 법적으로 추궁할 수 있는 근거도 사라지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예탁원을 대상으로 2,790억원 규모의 구상권 소송을 낼 방침이다. 이번 보상에서 빠진 투자자들이 3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게 되면 총 규모는 4,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은 공공 기관 매출 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 제안서와 달리 사모사채만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회사였다”며 “예탁원은 운용사의 요청에 따라 사모사채를 공공 기관 매출 채권으로 자산 명세서상 명칭을 변경해 판매사와 투자자가 오인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 산업의 기본은 신용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아 터진 옵티머스 사건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규제가 줄어들수록 금융회사는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책임 소재를 명쾌히 밝히는 게 자본시장 선진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기존 옵티머스 펀드 자산에서 약 1,200억 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투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등이 그 대상이다.
한편 하나은행과 예탁원은 NH투자증권의 공동 책임 주장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당시 자본시장법상 수탁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운용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와 권한이 없다”며 “NH투자증권의 주장에는 틀린 내용이 많아 법적인 대응을 위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신탁 명세서 표기는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것이 사무관리사의 업무이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소송이 제기되면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