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성능과 생산 효율을 좌우할 핵심 기술인 후공정 작업을 하나마이크론과 손잡고 강화한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관련 부문의 강자와 함께 빠르게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빅 사이클 기대감에 급등했다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두 회사의 주가에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코스닥 상장사 하나마이크론과 후공정 위탁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D램 관련 후공정 작업으로 규모는 1조 원 이상이며 다년 계약으로 전해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이천 패키지&테스트(P&T) 4동에서 D램 후공정 작업을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부 작업은 외주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외주를 포함해 후공정 사업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은 용도에 맞는 칩을 설계하고 이를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새기는 전(前)공정을 거친다. 그리고 패키징 등 후(後)공정 작업을 한다. 후공정 작업은 웨이퍼에 촘촘히 새긴 칩을 하나하나 잘라서 칩을 절연체로 감싸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도록 배선을 까는 작업 일체를 뜻한다. 반도체 회로선 폭이 3㎚(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로 줄어드는 등 제조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며 최근에는 전공정보다 후공정이 성능과 생산 효율을 좌우하고 있다. 인텔이 뉴멕시코주에 4조 원, TSMC가 일본에 16조 원을 투자해 패키징 공장을 설립 중인 것도 이런 배경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후공정 외주 비중은 20% 미만이었다. 하지만 이천(M16)과 청주(M15)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오는 2025년부터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인 만큼 전략 다변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충남 온양에서 자체 후공정과 외주 물량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 2005년 상장된 반도체 부품사다. 네패스(033640)·시그네틱스(033170)·SFA반도체(036540) 등 국내 패키징 업체 중에서도 상위권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에 2공장을 지으면서 생산 능력을 늘렸고 후공정의 일괄 생산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5,395억 원이다.
이번 계약이 주가에도 호재가 될지 주목된다. 반도체 빅 사이클 기대감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3월 2일 15만 50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2개월 가까이 내림세다. 25일 종가(12만 3,000원) 기준 두 달 만에 18.2% 하락했다. 하나마이크론 역시 4월 27일 1만 6,80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한 달 만에 24% 내렸다.
임예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증가와 함께 (후공정 업체들의)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영업 이익률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