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코로나 이후 '욜로'에 대비해야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최근 필자는 인플레이션과 외국인 매도, 삼성전자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문의가 오는 것을 보면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상당히 깊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우선 5월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은 거래소 시장에서 9조 원 가까이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매도는 대체로 펀더멘털이 아닌 수급 요인이었다. 5월 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리밸런싱 관련 물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인플레이션은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꽤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산 가격 측면에서는 빌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4.2% 올라 2008년 9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물가 우려로 이달 13일 급락했던 미국 증시는 그 다음 날인 14일 반등했다. 미국 생산자물가가 6.2% 올라 예상치(5.8%)를 웃돌았는데도 미국 장기 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율(BER)은 소폭 하락했다.


세 번째 문의는 삼성전자 주가 부진과 대만 증시 약세에 대한 것이다. 4월 말 애플 실적 발표 당시 이번 분기 가이던스를 주지 않은 것과 관련이 높지 않을까 싶다. 애플은 2분기 매출을 숫자로 제시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단기적으로 테크(Tech) 수요가 정점(Peak)을 지났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세 가지 우려들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의 순매도가 MSCI 재조정과 관련이 높다면 5월 말이면 해결된다. 인플레이션 요인은 금리가 관건이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2~3월 고점(1.8%)을 넘지 않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10~15년 내 최고치라는데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는 얌전하다. 이 정도 금리 수준이라면 섹터 순환(로테이션) 요인이지, 주식 시장 방향성에 심각한 장애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테크 수요 회복은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다음 분기 애플 또는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한 윤곽을 잡으려면 적어도 1분기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전쟁과 질병 후 사람들의 심리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인 공포와 위험이 지난 다음 너무 먼 미래를 꿈꾸기보다 가까운 데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일종의 보상 또는 보복 심리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7~8월께 집단면역에 도달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유럽도 점차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YOLO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거창한 미래를 생각하는 신기술 또는 투자보다 그동안 못했던 야외 활동과 소비에 더 목마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미국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의 3분의 1은 중고차·렌터카 비용과 숙박·항공 요금의 상승 때문이다. 한국 증시에서는 휠라코리아·영원무역 등 의류 스포츠 업체들 주가가 강했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당장은 노트북·PC보다 옷을 사고, 운동하고, 여행과 관련된 소비에 열광할 가능성이 높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